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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5 16:52 수정 : 2005.01.05 16:52

“자유롭게 사는 노인들이 건강해요”

강원도 인제에는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양로원이 있다. 정원 150명 규모의 현대식 시설로, 산골 구석구석 흩어져 사는 독거노인들을 맞아들이기 위해 지었다. 그러나 이 양로원에서 사는 노인은 정원의 20% 정도밖에 안된다. 독거노인들은 양로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움직일 힘만 있으면 텃밭을 가꾸며 자유롭게 살려고 해요. 끼니를 거르더라도 마음대로 살고 싶어하지, 종 치면 식당으로 몰려가서 주는 밥 얻어먹으며 갇혀 사는 걸 원치 않아요. 게다가 생활보호대상자들이 받는 20-30만원의 기초생활보장비는 노인들에게 매우 큰 돈입니다. 일단 양로원에 들어가면 이 돈을 양로원에서 수령합니다. 비록 떠돌이 약장사에게 바치기 일쑤지만, 노인들은 이 돈을 포기할 수 없어요.”

자유롭게 살려는 노인들의 이런 성향을 고려해 나온 것이 재가복지다. 수용당한 노인보다 자유롭게 사는 노인들이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산다고 한다. 노인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치매나 중풍 등에 걸리는 일이다. 양로원의 노인들에게는 이런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혼자 사는 분들 가운데서 이런 환자는 거의 보지못했다고 김병진 신부는 말했다. ‘아마 삶에 대한 의지력 때문인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건강한 분이었는데, 양로원에 들어간지 두달만에 돌아가신 노인도 있었어요. 진동계곡에 본처와 앉은뱅이 후처 그리고 후처의 딸이 한 집에 함께 살다가 양로원에 들어갔는데, 이 분들도 그 헛간 같은 집에 가서 살고싶다고 하소연해요.” 굳이 수용시설을 짓는다면 양로원이 아니라 진료 및 치료 기능까지 갖춘 요양시설로 바꿔야 한다고 김 신부는 말한다.

물론 독거노인들이 뿔뿔이 사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그래서 김 신부는 최선의 대안으로 노인마을 조성을 추천한다. 흩어져 있는 독거노인들이 한 마을을 이뤄 살 수 있도록 자치단체에서 집과 밭과 공동시설을 제공하는 경우다. 개인의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면서 복지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요즘 지자체가 신경쓰는 문학인 혹은 예술인 마을처럼 하면 될 일이다.

김 신부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성직자의 길로 돌아섰다. 대학 시절부터 신림동의 미감아(나환자의 자녀로 병에 감염되지 않은 자녀)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것이 인연이 됐다. 92년 사제품을 받고 인천 가톨릭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본당신부로 잠깐 근무하다가 2000년 원통수도원을 개척했다. 그는 요즘 반쯤은 서울에서 근무한다. 서울 성북동의 글라렛 선교센터 센터장 구실이 맡겨져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지만 내심 이 시간도 아깝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만나서 노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남들은 우리가 그분들을 위해 고생하는 줄 아는데, 실은 우리가 그분들에게서 받는 게 더 많아요.” 곽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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