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파 송병준·이완용의 땅이 경기·강원 일대에만 95만평에 이른다며 관련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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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땅 팔았단 증거 없으면 후손에
전문가들 “강탈한 재산 정당성 없어” 민족문제연구소가 7일 발표한 ‘친일파의 축재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재산환수에 대한 법률적 타당성 연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윤덕영·이해창·이기용·남정철 등 친일파 후손들의 소송 4건(표)을 추가로 확인해 관심을 끈다. 가장 눈길을 모으는 것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을 지냈던 윤덕영의 증손자들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산 19-2 일대 땅 5필지(8331㎡)를 되찾겠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윤덕영은 순종의 장인이었던 윤택영의 형으로 1910년 한일합방 조약을 맺을 때 순종의 옥새를 날인한 전권위임장을 이완용에게 건네주도록 주도한 장본인이다. 그는 이 공로로 은사금 5만엔과 ‘자작’ 작위를 받았다. 이 소송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윤덕영 후손들의 소송은 친일파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 가운데 가장 최근에 제기된 것”이라며 “친일이 지난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일합방 때 은사금 3만엔과 자작 작위를 받은 이기용과 은사금 16만8천엔과 백작 작위를 받은 이해창의 후손들은 지난 1996년 각각 국가를 상대로 땅 찾기 소송을 냈지만, 땅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국유지가 됐거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패소했다. 남작 작위와 은사금 2만5천엔을 받은 남정철의 후손들은 1987년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후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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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국가가 친일파 후손들이 과거에 땅을 이미 팔았다는 것을 증명해내지 못하는 경우, 우리 나라 법원은 그동안 친일파 후손들의 손을 들어줘 왔다. 지난 1997년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545 일대 712평(시가 30억원 추정)을 되찾아간 이완용의 손자 이윤형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7년 7월25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반민족 행위자나 그 후손이라고 해도 법률에 의하지 않고 그 재산권을 제한·박탈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이후 판결도 대체로 이를 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친일파들의 재산은 매국의 대가로 일제로부터 특혜를 받거나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강탈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비춰 그 자체로 정당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후손들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내포리 땅을 찾겠다고 99년 소송을 낸 이재극이 대표적인 예다. <매일신보> 1914년 3월31일치를 보면, “이 남작(이재극)이 명치35년(1902년) 중 전라남도 관찰사로 있을 때, 영암 읍내 사는 부자 김주빈을 아무 죄도 없이 광주 감옥에 가두어 두고 ‘논 360두락(당시 시가 1만5천엔)을 바치지 않으면 온갖 고초를 주겠다’”고 위협해 땅을 빼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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