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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7 19:04 수정 : 2005.01.07 19:04

교통사고 과실비율 무관 치료비 부담 요율활증
가해자 “합의 안해주면 입원” 되레 으름짱

경기도 파주에 사는 윤아무개(37·여)씨는 최근 날아온 자동차보험 갱신 통지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사고를 낸 기억이 없는데 보험료가 15% 특별할증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몇개월 전에 사고를 당하지 않았냐’는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4차선 사거리에서 파란불 신호를 받아 직진하는데 오른쪽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이 1차선까지 침범하면서 제 차량을 들이받았어요. 결국 과실 비율이 8 대 2로 나와 양쪽 보험사에서 그 비율만큼 차량 수리비를 지급했죠. 그런데 가해자가 병원에 입원했고, 그 치료비 100여만원을 제가 가입한 보험에서 처리했다더군요.”

윤씨는 “사고 가해자 치료비를 피해자 쪽에서 부담한다니 부당하지 않냐”며 “사고 피해도 억울한데 보험료 할증까지 받게돼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윤씨의 경우처럼, 쌍방과실 자동차 사고에서 피해자가 되레 가해자의 병원비를 보험 처리해주는 ‘억울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 모든 보험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표준약관에서, 쌍방과실 사고의 경우 입원치료비는 과실 비율과 상관없이 상대쪽 보험에서 전액 부담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통사고 대부분이 쌍방과실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규정을 지키며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더라도 중앙선 침범과 후미 충돌을 제외하고는 사고 피해자에게도 10~20%의 사고 책임이 부과돼, 운전자 대부분이 사고도 당하고 보험료도 할증되는 ‘이중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앉아서 손해 볼 수만은 없다”며 일부러 병원을 찾아 치료비 등을 받아내는 속칭 ‘나이롱 환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과 부딪혀 사고를 당했다”는 이아무개(30)씨는 “가해자가 병원에 입원하자 주변에서 ‘보험료가 할증돼 혼자만 손해본다’고 입원을 권했다”며 “결국 병원을 찾고 치료·보상비 120여만원을 받아 보험료 할증 손해를 만회했다”고 말했다.

보험사에서 사고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윤주순(46)씨는 “예전엔 (사고 가해자들이) 약관 내용을 몰라서도 덜 이용했지만 요즘엔 가해자 열중 두셋은 ‘마음편히’ 병원을 찾는다”며 “심지어 피해자가 합의를 안해주면 ‘나도 병원에 입원해 보험료를 할증시키겠다’고 튕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표준약관을 만든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해자 치료비를 피해자 쪽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비합리적이지만, 가해자 자신의 보험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자손’(자신 신체상의 손해)이어서 ‘대인’에 비해 보상 기준도 엄격하고 액수도 적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사고 가해자도 결국은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만큼 치료비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다”고 말했다.

김정동 연세대 교수(보험학)는 “가해자 치료비도 대물 보상과 마찬가지로 과실 비율대로 나누거나 가해자 보험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이 손해배상 원리에 맞는다”며 “‘자손’의 보상 액수가 적고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면 뺑소니 사고처럼 구제 기금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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