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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8:21 수정 : 2005.01.12 18:21

변호사·검사가 ‘성폭행 악몽’ 또 들춰
피해자 “신문과정 정신적 고통”손배소 내

“증인석에 앉아있는 내가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를 고소한 ㅇ(16)양은 2003년 11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으로부터 신문받는 1시간 30분 내내 울먹여야 했다. “월경은 언제 했느냐?”“아빠에게 당한 것이 처음 남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이냐?”는 식의 모욕적인 질문이 이어졌고, 변호인은 심지어 학교에서 본 성교육 비디오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ㅇ양을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나중에 재판장이 나서서 신문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이때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ㅇ양의 생활은 엉망이 됐다. 학교도 자주 빼먹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술·담배에까지 손을 댔다.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형이 확정됐지만, ㅇ양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ㅇ양은 최근 강지원 변호사에게 편지를 써 도움을 청했고, 12일 “증인신문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자신을 신문했던 변호사를 상대로 2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재판이나 경찰·검찰 수사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거듭 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성폭행 피해자의 사연은 ㅇ양만의 일이 아니다. 열여섯살 때 성폭행을 당해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된 ㅈ(21)양도 이날 “검찰에서 성폭행 가해자와 무리하게 대질조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당시 수사검사와 국가를 상대로 2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ㅈ양은 2000년 7월 두번에 걸쳐 검사실에서 불구속된 가해자와 나란히 앉아 대질조사를 받았다. 미성년자였지만 보호자 입회도 되지 않았고, 검사는 분리신문 등 다른 조사방법을 설명하거나 대질조사의 불가피성을 설득하지도 않았다. ㅈ양 쪽은 소장에서 “대검의 ‘성범죄 조사시 피해자 보호에 관한 지침’에는 대질신문을 극히 예외적으로 시행하고 대질방법에 있어서도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검사는 이를 지키지 않은 채 장시간 조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ㅈ양 쪽은 “담당검사가 ‘수사가 끝나지 않아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해서 병원에서 낙태수술을 받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 공식의견을 주지는 못했지만 의사로부터 확인전화가 오면 ‘임신 지속이 산모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해주겠다는 식으로 자문해준 뒤, ㅈ양의 어머니를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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