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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3:36 수정 : 2005.01.14 13:36

"그렇게도 입고 싶었던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어댔던 작년 가을 소풍이 생각나네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했던 것이 평생의 한(恨)이었는데 이렇게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나란히 합격해서 꿈만 같아요" 52세 동갑내기 부부인 박영동.이손남(전주시 태평동)씨가 14일 2005학년도 전주공업대 사회복지경영학과(야간)에 동시 합격, 부부장학금을 받게 됐다.

현재 야간 고교인 전주 진북고 3학년 같은 반에 다니는 박씨 부부는 "함께 배우고 싶다는 꿈을 한 단계씩 실현해 나갈 수 있어 그저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령에도 배움에 대한 갈증에 늘 시달렸던 이들은 "고교 3학년 소풍때 그렇게도입고 싶었던 교복을 어린 학생들에게 빌려 입고 수없이 사진을 찍어댔다"면서 "대학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 집 냉장고에 붙여둔 사진을 보고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부인 이씨는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남편 박씨는 검정고시로 중학 과정을 마쳤다.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전주 중앙시장 부근에서 작은 식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 부부는 지난 3년간 주경야독의 힘든 생활 속에서도 결석 한 번 하지 않고고교 과정을 마쳤다.

대기업에 다니는 큰딸과 경찰공무원인 큰아들, 올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막내아들의 뒷바라지를 끝내놓고 부부가 대학 지원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3년 동안 자식들을 빼놓고는 주위 사람 그 누구도 둘이서 함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심지어 사위조차도 얼마전 고등학교에서 가진 1인1기 예능발표회 행사 때 영문도 모른 채 딸과 함께 행사장에 와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장인.장모를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을 정도니까요" 이들이 딸에게 "창피하니까 사위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박씨 부부가 나란히 대학에 합격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뜩이나 불황인 경기 탓에 사업에만 힘을 쏟아도 모자란 형편이지만 늦은 나이에도 꼭 실현하고 싶은 꿈이 있기에 도전을 하게 됐다"는 부부는 앞으로도 학비는물론 사업, 많은 나이 등을 생각하면 순탄하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사람과 사회에 봉사하며 사는 것이 삶의 목표"라면서 "배고프고, 힘겹게 살아온 세월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이제는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서로 다짐했다.

(사진 있음)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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