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인지 나도 몰랐다” 발뺌
“현역 가기 싫어 눈 나쁜 척 한 것 아닌가?” 1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시력이 나빠 보충역 판정을 받았던 허 후보자가 어떻게 경찰에 임용됐는 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와 함께 부인 강경애(49)씨의 국민연금 고의 회피 의혹, 수억원대의 주식 투자 등 재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행자위는 이날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7일 회의를 열어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보고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시력 관련 병역기피 의혹 집중추궁
부인 국민연금 고의회피 여부 도마
■ “공개적 색맹 검사 받을 용의”= 양형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군입대 당시 2차례에 걸친 신검에서 색맹 판정을 받았는데, 색맹이 경찰이 될 수 있느냐”며 “여기 군의관 이름도 나와 있는데 이게 거짓이란 말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허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하면서 병적기록표를 처음 보게 됐으며, 색맹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며 “색맹은 보충역 판정과는 관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또 “경찰 생활을 하면서 여러차례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평균 시력은 0.2정도이며, 색맹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며 “군입대 신검 때 왜 그렇게 나왔는 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군 입대 신검에서 맨눈 시력 0.06, 0.08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좋았던 눈이 나빠질 수는 있어도, 나빴던 눈이 좋아질 수는 없다”며 “현역가기 싫어서 일부러 눈이 나쁜 척 한 것은 아닌가”라고 따졌다.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적 색맹 검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허 후보자는 “경찰 총수로서 모양이 좋지 않지만, (신검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5만 전·의경을 지휘하는 총수로서 현역을 가지 못하고 방위로 근무했던 것이 무척 민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 국민연금 납부 기피 의혹 = 허 청장의 부인 강씨가 상가 임대사업을 시작해 국민연금 납부대상이 됐음에도, 2004년까지 미신고 또는 수입을 축소 신고해 200만여원의 납부금을 미납했다는 주장이 새로 나왔다.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998년 6월 허 후보자의 부인이 수원시 장안구에 소유하고 있던 상가를 월 60만원, 연 720만원에 임대를 했지만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다가 2000년에야 연 44만원, 2001년에는 연 77만원의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신고했다”며 “소득신고를 약 10분의 1정도로 축소해 200만6400원의 국민연금 납부액을 미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 후보자는 “국제통화기금 사태로 임대료를 제대로 못받았고, 국민연금 납부대상인지 모르고 있다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뒤부터는 납부해 왔다”며 “실제 계약액보다 낮게 신고된 것은 세무사에게 맡겨 처리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2002년 강원지방경찰청장 재직시 부인 이름으로 비상장주식 2억원어치를 산 적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허 후보자는 “제 처가 잘 아는 후배가 운영하는 시그마텔레콤이라는 회사에 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안다”며 “‘청빈’보다는 ‘청부’가 시대에 맞는다고 생각하고, 정당한 재테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배우자를 포함해 모두 6억7658만4천원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교통위반 6차례’ 공방 눈길 “경찰총수로서 준법의식 부족” - “봐달라고 안한것 평가해달라” ‘경찰 총수로서 준법의식이 부족한 것인가, 경찰이 투명해진 것인가’ 1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6차례 속도·신호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대로 치면 장군에 해당하는 경무관(4번), 치안감(2번) 시절에 일어난 일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은 “경찰 총수로서 준법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허 후보자는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위반을 한 적이 있었다”며 “제가 경찰관이라고 봐달라고 하지 않은 점을 평가해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경찰 많이 좋아졌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같은 당의 심재덕 의원은 “앞으로 그런 일이 있으면 공보관을 시켜 홍보를 하라”고 우스개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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