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시 성적부 제출도 없애
올해부터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원서에 학력기재란이 전면 삭제된다. 이에 따라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관하는 채용 시험에도 학력난 삭제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법시험 응시원서에는 여전히 출신대학을 적도록 요구하고 있어, 학력차별이 없는 국가고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위원장 조창현)는 16일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7·9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응시원서에서 학력기재란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면접시험에 앞서 필기시험 합격자에게 요구했던 학적부, 성적부 등 학력관련 자료도 일체 받지 않기로 했다. 이는 학력과 출신학교에 대한 주관적인 선입견이 합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실력위주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라고 중앙인사위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시험을 치르는 사람은 자신이 나온 최종학교의 이름 및 졸업·재학·수료·중퇴 여부 등을 적지 않아도 된다. 3차 면접시험 역시 최종학력 자료를 배제해 무자료로 치르게 된다. 하동원 중앙인사위 인력개발국장은 “애초 5급 시험만 학력기재란을 없애려 했으나 실력위주 채용을 위해 7·9급까지 없애게 됐다”며 “이 제도 도입으로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도 채용 때 학력철폐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신입사원을 공채할 때 응시원서에서 학력기재란을 없앤 공기업은 농수산물유통공사와 한국토지공사 등 일부에 그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근로복지공단·예금보험공사·에너지기술연구원 등 9개 공기업이 학력 및 나이제한을 없앴지만, 학력기재란을 없애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국가고시이지만 현행 사법시험의 응시원서에는 ‘최종학력’란에 응시자의 출신대학이나 대학원을 적도록 되어 있다. 또 오엠아르(OMR) 카드에도 ‘대학원 졸업 이상, 대학교 졸업, 3년제 미만 대학 재학·중퇴·졸업, 고등학교 졸업 이하’로 학력수준을 기입할 뿐 아니라 대학교별 숫자코드가 있어 구체적인 대학명까지 드러나게 하고 있다.
한편, 공무원채용시험 학력란 삭제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즉각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상봉 학벌없는사회 정책위원장은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갑고 환영할 만한 조처”라며 “사법시험도 학력기재란을 없애는 것이 마땅하며 민간기업에게 이런 제도를 확산시키기 위해 세제상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중앙인사위 자료를 분석해 보면, 중앙부처 1급 공직자 255명 가운데 서울대가 123명을 차지했다. 2명 가운데 1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던 셈이다. 또 1~4급 공무원에서 서울대 출신비율은 △1~4급 18.0% △1~3급 29.9% △1급 48.2%로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박순빈 정혁준 남종영 김태규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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