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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7 10:23 수정 : 2005.01.17 10:23

정부가 마침내 한일협정문서의 일부를 17일 오전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문건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주요 협상경과 등에 관한 보고서,훈령, 전문, 관계기관간 공문, 한일간 회의록 등 문서철 5권 총 1천200여쪽이다.

정부는 그간 문서공개를 요구하는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 시민단체의 `끈질긴' 요구에 대해 한일외교 관계 손상을 핑계로 거부해오다 이번에 우선 5권을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한일수교협정 관련문서 등 여타 외교문서도 법률이 정한 국가안보, 국가이익, 개인의 사생활 침해, 인권문제 등을 감안해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한일협정 문서 공개요구는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가 일제때 징병.징용자등에 대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보상소송에서 `한일협정에 의해 보상 문제는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법원의 잇단 판결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도대체 한일협정에 어떻게 합의됐길래 일제로부터 입은 피해에 대한 개인의 보상권리, 즉 개인 청구권이 묵살되는 지 파악해야 한다며 유족회가 한국 정부에 먼저문서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묵묵부답이었고, 참다 못한 유족회는 일제강점 피해자 99명 명의로 한일협정 문서 57권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의 1차 판결은 작년 2월 13일 내려졌다.


서울 행정법원은 개인청구권과 관련, 57권의 문서 가운데 5권을 원고 99명에게보여주라고 판결했다.

유족들의 손을 일부 들어준 것이다.

이에 외교부는 1심판결에 불복, 같은 해 3월4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문서공개 거부를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외교부의 표면적인 공개거부 명분은 "북일수교 교섭을 진행중인 일본이 한일협정문서 공개를 꺼린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속내는 문서가 공개될 경우 개인청구권을 사실상 한국 정부가 거부한 사실이 드러날 뿐더러 이로 인한 재협상 및 추가보상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던 정부가 작년 여름을 계기로 `공개 가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국내 법원이 한일협정 문서 중 일부를 공개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릴 경우에 대비해 법원 판결시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일본 정부에 통보한 것. 항소심에서도 공개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왕 공개할 것이라면스스로 먼저 하자는 판단을 했음 직 하다.

그러나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 과거사 문제청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기관별로 `청산되지 못한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고백에 나섰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런데 왜 일본에 대해서는 저자세냐'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외교부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한일협정 문서공개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2005년이 을사늑약 100주년, 광복 60주년, 한일협정체결 4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겹치는 해인 만큼 더 이상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미룰 경우 그 책임을 모두 외교부가 뒤집어 쓸 지도 모른다는 계산도 작용한 듯 하다.

정부는 작년 가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중심이 돼 국무총리실, 외교부,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등의 관계부처 차관들로 특별팀을 구성해 문서공개에 대비해왔다.

문서가 공개되면 개인청구권 보상문제와 재협상 요구가 봇물 터진 듯 나올 것에대비, `브레인 스토밍'을 한 것이다.

정부는 이어 작년 말 국무조정실 기획수석조정관과 외교차관을 공동단장으로 재정경제부 외교부 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 공무원 10여명으로 `한일협정문서 대책기획단'을 설치키로 결정했으며, 조만간 발족을 앞두고 있다.

대책 기획단은 문서공개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정부의 대응방향을정하는 창구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마디로 `뜨악한' 표정이다.

겉으로는 `한국의 국내법 절차를 존중한다'면서도, 내심 북일수교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공개에 대한 거부감을 비치고 있는 것이다.

문서공개후 한국내에서 한일협정 무효화 및 재협상 요구를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일본이 문서 공개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북한이 `평양선언' 파기 가능성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평양선언'을 도출, 식민지 피해 청산 문제를 한국과 같은 `경제협력' 방식으로해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 일본으로서는 북한측이 이번 문서 공개를 계기로 이러한 경제협력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어렵게 얻어낸 평양선언이라는 `버팀목'이 무너질 수도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측은 이번에 공개된 문서가 대부분 한국 정부 부처내에서 오고간 전문,훈령인 점을 들어 겉으로는 일본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한국 내부' 문제이며따라서 외교적으로 문제될 사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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