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6일 낮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2005수능부정행위진상규명모임'의 운영진이자 재수생인 유아무개씨(19)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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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쪽 은폐 의혹‥교육청, 교사 고발 [4판] 서울 강동구의 한 사립고교에서 기말고사 시험 감독관으로 들어갔던 담임교사가 현직 검사의 아들인 학생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18일 “서울 강동구 ㅂ고등학교 1학년 담임 ㅇ아무개(42) 교사가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에서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ㅈ아무개(18) 학생의 국사·사회 과목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며, “ㅈ군의 아버지는 현직 지방고등검찰청 검사”라고 밝혔다. ㅂ고교 쪽이 지난 17일 오후 시교육청에 제출한 경위서와 교육청 감사 상황을 종합해 보면, ㅇ교사는 지난해 12월15일 국사 과목 2학기 기말고사 당시 다른 교사에게 시험감독 학급을 바꿔 달라고 부탁해 자신의 학급 시험감독을 맡았다. 또 12월18일에는 ㅈ군의 사회 과목 시험감독도 맡았다. 그는 ㅈ군의 국사·사회 두 과목의 원본 답안지와 다른 새 답안지를 작성한 뒤 이를 시험본부에 제출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2월20일 국사 답안지를 채점하던 다른 교사가 주관식 답안이 너무 완벽하고 글씨체가 어른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ㅈ군을 불러 시험 치른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또 이 학교 사회 과목 교사 역시 ㅇ교사가 ㅈ군의 사회 답안지를 조작한 흔적을 찾아냈다. 학교 쪽은 “ㅇ교사가 ‘미국에서 유학하다가 지난해 3월 국내 고교로 전학 온 ㅈ군이 국사·사회 과목을 유독 못해 부정한 방법으로 답안지를 작성했다’고 시인하고 재단 쪽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ㅈ군은 “담임선생님(ㅇ교사)으로부터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제출한 답안지를 알아서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시험장을 나왔지만,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줄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ㅈ군은 당시 자신이 작성한 원본 답안지대로 성적을 인정받았으나, 지난 15일 해외 유학을 이유로 자퇴했다. 또 ㅈ군의 아버지인 ㅈ검사는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다 왔는데 학교에서 때리고 해서 학교 적응을 잘 못했다. 아내에게 들으니, ㅇ교사가 그동안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면서 국사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해 줬다고 하더라. 우리가 해달라고 시킨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이날 ㅇ교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처하기로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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