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장명수 어윤대 송상현 위원(오른쪽부터)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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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18일 변재승 대법관 후임자 후보로 양승태(57·사시12회) 특허법원장, 이공현(56·〃13회) 법원행정처 차장, 이홍훈(58·〃14회) 제주지법원장 등 3명을 추천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7월 조무제 대법관 후임 인선 때 법원 내부의 불문율과 같았던 기수와 서열을 깨고 파격적인 후보들이 나왔던 만큼, 이번엔 “법원 내부를 추스르고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해 예측가능한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발무마·예측가능한 인사 평가속
지역안배 고려 낙점 가능성 예측도
이런 흐름은, 대법원이 지난해 자신들이 주도했던 사법개혁위원회 합의 내용을 뒤집고, 추천된 후보자 공개를 금지하는 내규를 새로 만든 데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대법관 인선 뒤 강병섭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이영애 춘천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이 후보를 공개하는 방식의 인선 절차에 반발해 법원을 떠난 일도, 법원이 적극적인 내부 달래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금껏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줄기차게 주장했던 참여연대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도 “지난해 추천했던 인사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을 뿐, 실제 대법원에 특정 인물의 추천서를 내지 않은 점도 대법원의 ‘부담’을 덜어줬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에 추천된 인사 가운데 양승태 원장과 이공현 차장 둘 다 내부 불만을 사지 않을 정도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승태 원장의 낙점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은 조무제 대법관 퇴임 뒤 부산·경남(피케이) 출신 대법관이 없다는 사실과, 두 이 후보에게는 다음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공현 차장은 임기 종료를 앞둔 대법원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 왔고, 사개위를 큰 갈등 없이 무난하게 끌어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추천됐던 후보와 이번 후보를 비교해 보면, 새 대법원장을 포함해 앞으로 남은 5명의 대법관 인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추천됐던 이홍훈(58·사시14회) 제주지법원장, 전수안(51·여·〃18회)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영란(48·여·〃20회) 당시 대전고법 부장판사, 박시환(51·〃21회) 변호사 등 4명이 비교적 젊고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었다면, 이번에 추천된 인사들은 경력과 실력 면에서 법원이 원하는 기준에 맞는 인물들로 볼 수 있다. 양승태 원장이 사시 12회인데 비해 지난 번에 추천된 박시환 변호사는 사시 21회로 10년 가까운 세대 차이가 난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현 정부의 주문에 맞춰, 대법관 자리를 외부 입맛에 맞출 때는 확실히 파격적인 선택을 하고, 내부 몫을 챙길 때는 철저히 법원 안에서 예측 가능한 인사를 고르겠다는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앞으로 남은 대법관 자리 5개의 배분도 이런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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