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관 양승태씨 제청, 헌법재판관 이공현씨 내정

최종영 대법원장은 다음달 26일 퇴임하는 변재승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양승태(57·사시 12회) 특허법원장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19일 임명 제청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오는 3월13일 정년 퇴임하는 김영일(65)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임으로 이공현(56·사시 13회) 법원행정처 차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최 대법원장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등 법원 안팎의 의견을 두루 고려하고, 재판능력과 자질·인품·국민을 위한 봉사자세 등을 철저히 평가해 양 법원장을 최종 선정했다”며 “양 법원장은 재판과 사법행정 능력이 모두 뛰어나 주위의 신망이 두텁다”고 임명제청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임명제청을 받은 노 대통령은 곧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게 되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동의를 얻으면 임명장을 주게 된다.

헌법재판관으로 내정된 이 차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몫이기 때문에 임명동의 절차 없이 오는 3월 곧바로 임명된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국회 추천 몫(3명)과 헌재소장 등 4명만 인사청문회를 거칠 뿐,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은 청문회 절차가 없다. 최 대법원장은 고위 법관 인사가 예정된 오는 2월7일께 이 차장을 다음 헌법재판관에 정식 지명할 예정이다.

이날 갑작스런 헌법재판관 내정자 공개와 관련해,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 후보로 경합을 벌였던 이 차장을 배려하기 위해 미리 내정자 발표를 한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재판관 내정 소식을 들은 헌재 쪽도 “과거 퇴임 시기가 비슷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함께 제청·지명한 전례가 있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시민단체 쪽에서는 “헌법재판관 적임자에 대한 충분한 여론 수렴이 없었다”며 “대법원이 과거와 같이 대법관 경쟁에서 밀린 고위 법관을 헌법재판관으로 보내는 관행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양 특허법원장은 현 근무지인 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어진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훌륭한 선배·동료도 많은데 (대법관에) 임명 제청돼 미안하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때 포부 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석진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