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
옛 경기여고 자리 미 대사관 부지 보존 결정 |
주한미국대사관과 그 직원숙소 신축 예정지였던 서울 중구 정동 1-8번지 옛 경기여고 자리와 인근 1-39번지 일대 옛 덕수궁 터 등을 합친 총 7천800여 평이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보존된다.
문화재위원회(위원장 정양모)는 21일 오후 경복궁 안 옛 국립중앙박물관 회의실에서 건조물문화재분과ㆍ사적분과ㆍ매장문화재분과ㆍ문화재제도개선분과의 4개 합동분과회의에서 이같이 심의했다.
정양모 위원장은 "문화재지표조사 결과 이 일대는 선원전, 흥복전, 흥덕전, 사성당 등 경운궁(덕수궁)의 중요 전각과 아관파천 길 등 대한제국시대 역사를 증명하는 역사적 문화적 장소로서 개발로부터 훼손되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합동회의는 앞으로 미국 측과 원만한 합의를 거쳐 동 부지가한국에 반환되는 대로 사적으로 지정한 후 정밀조사하고 고증을 거쳐 훼철된 전각들을 복원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를 전폭 수용하겠다"면서 "미국정부와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문화재청은 이 일대에 대한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주한미대사관 신축부지는 다른 곳에 들어서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ㆍ미 양국은 지난해 5월, 용산 미군기지인 캠프 코이너(Camp Coiner) 땅 중 일부를 새로운 대사관 부지로 `대체'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본 바있다.
새로운 미국 대사관 건립계획은 조만간 외무부에서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4년여 동안 지리하게 계속된 옛 덕수궁 터에 대한 미국 대사관 건립계획은 불가로 최종 결말이 났다.
정양모 위원장의 발표가 있는 직후, 그동안 대사관 건립 반대운동을 벌여온 `덕수궁 터 미대사관 아파트 신축반대모임'은 "보존결정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 단체는 "추후 조치로 정부당국은 미국 측과 신속한 협상을 통해 옛 경기여고터와 옛 부대사관 터를 매입하고, 이를 계기로 근대문화유산의 보고인 정동 일대의보존정책이 확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옛 경기여고 터는 한국정부와 서울시가 1980년대에 미대사관 신축을 전제로 미국 측과 맞바꾼 곳으로 미국은 이 자리에 지상 15층의 대사관과 8층짜리 직원 숙소용 아파트 등을 건축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일대는 문화유산이 밀집한 곳이라 사업에 앞서 문화재 매장 여부를조사하기 위한 지표 및 학술발굴조사가 선행돼야 했다.
이에 따라 미대사관은 2003년 중앙문화재연구원에 지표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대사관 건립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조선왕궁 자리에 미국 대사관을 지을 수 없다는 거센 시민운동이 일어난 데다, 마침 2003년 10월에 제출된 중앙연구원지표조사 보고서는 "보존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지표조사 결과를 토대로 2003년 12월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위원회에서 현장보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으나,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전체 혹은 합동분과회의로 안건을 넘긴다는 결론만 내렸다.
이날 합동회의는 이런 방침에 따라 1년여 만에 개최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에 한ㆍ미 양국은 협상을 통해 옛 경기여고 일대가 아닌 다른 곳에 대사관을 건립한다는 데 합의했으며, 따라서 이날 보존 결정은 그 합의 정신을살려 현장을 보존한다는 우리 정부 방침을 최종 확인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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