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새누리당 김무성(62)·정문헌(47) 의원이 ‘대화록은 보지 않았다’거나 ‘대화록을 봤지만 누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많아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고발장 등을 종합해보면, 대화록 유출 경위는 크게 두가지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 쪽이 대화록을 이들에게 건넸거나, 정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본 대화록 내용을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과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54) 주중대사에게 각각 전달했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정 의원은 ‘대화록은 봤지만 김 의원 등에게 누설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고, 김 의원은 ‘대화록 내용을 읽었지만 대화록 자체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설명에는 모순이 많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유세 때 읽은 대화록 내용의 출처가 ‘찌라시’(사설정보지)였다고 말했다. 보고서 형태로 올라온 찌라시에 대화록 내용이 있었고, 정 의원이 이전에 언론 인터뷰 및 국정감사 때 한 발언과 내용이 같아 대화록의 일부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이런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 고발장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 6월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선 정보의 출처를 ‘찌라시’로 바꾼 것이다. 더욱이 김 의원이 유세 때 읽은 대화록 내용 가운데는 원본과 토씨까지 일치하는 등 700자 이상이 똑같다.
정 의원은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대화록 원본을 봤다면서도 이를 누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열람 경위에 대해 정 의원은 “업무관계상 내용을 알아야 해서 일독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안업무규정상 비밀취급 인가권자가 비밀에 접근할 직원에게 인가하면 해당 직원이 비밀기록을 열람을 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따랐다면 정 의원의 열람 자체는 문제 소지가 없다. 하지만 이를 누설했는지는 법적 판단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대화록 문제를 제기해 물어보니 구두로 설명을 해줬고 여기에 다른 내용을 종합해 만든 문건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의원은 “김 의원과 권 대사가 (내용이) 맞냐고 확인해와서 맞다고 확인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김 의원 등에게 설명해준 행위가)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이었는지, 확인해준 행위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에 따라 누설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와 대선 직전인 12월14일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대화록 내용을 일부 공개한 것과 관련해선 국회의원의 ‘면책’ 범위라는 태도다. 정 의원은 “국정감사라는 게 국회에서 발언한 것이다. (기자회견 때 발언은) 정보위에서 전날 (발언)했던 부분을 기자들한테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는 면책특권의 대상으로 국회 발언과 함께 부수적 행위까지 포함하는데,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장소 등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밖에서 벌어진 기자회견에 대해 검찰이 면책특권 범위에 드는 것으로 인정할지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엇갈린 두 ‘대화록 수사’와 정치검찰의 부활 [한겨레캐스트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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