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7 10:59
수정 : 2020.01.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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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이사회가 열린 지난 2015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회의장으로 김신 상사부문 사장이 들어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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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이사회가 열린 지난 2015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회의장으로 김신 상사부문 사장이 들어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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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의 주가가 고의적으로 낮춰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당시 합병에 관여했던 삼성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연이어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4부(부장 이복현)는 7일 오전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상대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직전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당시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합병 과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물산이 합병 직전 해외 공사 수주와 같은 호재성 정보를 숨기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고의로 낮췄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합병의 기준점이 되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두 회사의 일정 기간 주가를 평균해 계산한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 보유했고, 삼성물산 지분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합병비율을 계산하는 시점에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을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구조였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합병을 앞두고 주가를 고의로 낮추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행보를 보인다. 삼성물산은 그해 초부터 신규주택 공급을 줄이고, 국외 건설사업 일부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넘겼다. 그해 5월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고도, 이 사실을 합병 직후에야 알렸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해 상반기 다른 대형 건설사 주가가 20∼30%씩 오르는 동안 삼성물산의 주가는 10%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시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은 합병 성사를 위해 주가조작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작성했다.(
[단독]‘삼성물산 합병 전 주가조작’ 미래전략실 문건 나왔다) 미전실이 합병 추진 공개 직전인 2015년 4월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엠(M)사 합병추진(안)’ 문건에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가조작을 계획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주가 악재 요인은 1분기 실적에 반영 또는 합병 이사회 공시 전에 시장에 오픈해 주가에 선반영”하고 “주가 호재 요인은 합병 이사회 후 7~8월에 집중하여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합병 당시의 삼성 수뇌부를 연이어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과정의 불법적인 주가 조작 정황이 뚜렷한 만큼, 합병의 ‘최종수혜자’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달 중 삼성물산 합병과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긴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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