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5 08:48
수정 : 2020.01.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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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일러스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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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적관심 사안 아냐” vs 변호인 “아이들 생존권 문제에 해당”
법원 “공공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여”…국민참여재판서 배심원 전원 무죄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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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일러스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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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 유죄가 나오리란 일각의 예상을 뒤엎고 반전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모(57)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구 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 사이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구해 9명 중 7명으로부터 기소 의견을 받아 종국적으로 지난해 5월 구 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구 씨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구 씨 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14일 오전 9시 30분 시작된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장장 15시간 넘게 이어졌다.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구 씨의 행위가 공익적 활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검찰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의 글에 담긴이름과 사진, 양육비 미지급 사실, 거주지, 직장 등 정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한다"며 "사인(私人)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국세기본법, 근로기준법 등 법률에 의해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모두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의해 공개 여부와 범위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구 씨 측은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과직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구 씨 변호인은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뒤바뀐 사건이다. 외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들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공익적 목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그를 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이번에 처벌이 이뤄진다면 비난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는 가해자들까지 피고인을 고소하려 나설 것"이라고 변론했다.
구 씨는 "한국에는 양육비 피해아동이 100만이나 된다"며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양 측의 주장을 청취한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은 모두 무죄 평결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 씨와 함께 기소된 양육비 미지급 사례 제보자 A 씨에게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배심원도 전원 유죄 및 벌금 50만원 의견을 냈다.
A 씨는 배드파더스 활동 외에 양육비를 주지 않은 상대방에 대해 욕설을 섞은 게시물을 개인 SNS에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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