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5 19:16
수정 : 2020.01.16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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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설치돼 있는 층별 부서 안내판. 법무부가 발표한 직제개편안이 시행되면 이 내용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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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직제개편안’ 발표 이후]
전담 범죄 수사부 4곳 폐지
경제부패·민생 관련 위축 우려
“전문성 살릴 방안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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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설치돼 있는 층별 부서 안내판. 법무부가 발표한 직제개편안이 시행되면 이 내용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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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를 추진하는 법무부가 그동안 검찰이 전문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유지해온 조세범죄, 식품의약, 증권범죄 등 전담수사 부서까지 폐지하기로 해,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직접수사 축소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지만,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고 수사 노하우를 유지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고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조정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대검찰청에 16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대검은 15일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모으는 등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직제 개편안을 보면, 직접수사 부서 41개 가운데 13개가 없어지는데, 이 가운데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4개의 전담범죄 수사부가 포함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들이 그동안 맡고 있던 전담 분야에 대한 수사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어 “직제 개편안은 경제범죄 등 부패범죄 수사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기존에 비직제 부서였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직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복잡해지고 첨단화되고 글로벌화되고 있다”며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집중시킨 수사 역량을 해체하면 피해는 국민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 대상이 된 전담수사 부서들의 역할이 법무부가 직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내건 ‘민생 중시’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폐지되는) 식품의약조사부의 경우 다루는 업무가 민생 침해 범죄 예방에 해당한다”며 “이 부서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포기하고 없애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찰 형사부나 경찰이 해당 범죄를 맡으면 된다고 하지만 노하우를 쌓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검사는 “전담수사 부서는 존재만으로 ‘상징’이 되어서 범죄를 억제하는 기능도 있었다”며 “경찰이나 검찰 형사부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전문적 경험을 쌓는 데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직제 개편 과정에서 이들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의 전문화를 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전문수사 기능이 축소되는 것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검찰청마다 전문 분야를 정하는 ‘중점검찰청’ 기능을 유지하고 활성화하는 방안을 직제 개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최우리 기자
juneyon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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