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두레방 유영님 원장은 “군사주의 폐해의 직접적인 피해자를 돕는 인권운동을 사회적 합의 하에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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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회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최우수선수 하인스 워드가 11일(현지시간) 낮 조지아주 애틀랜타 맥도너의 어머니 자택에서 어머니 김영희씨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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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희생’ 윤색에만 열성… 인종차별·군사주의는 모른척 그는 워드의 영웅담 속에서도 “한미 양국이 사안의 핵심을 비켜가면서 한국인 어머니의 희생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지촌 주변에서 태어난 주한 미군의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차별하는 양국이 다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 미국 모두 한국인 모성의 희생을 아름답게만 윤색하죠. 워드의 어머니가 왜 아들 한명을 키우면서 하루 3곳의 직장에서 일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는 워드 모자의 성공신화를 다룬 지상파 방송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동양인 이주 여성에 대한 미국의 처우에 대해 여러가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과연 적절한 임금을 제대로 받았을까, 아버지에게 양육비 지원은 제대로 받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자국 순혈주의, 군사주의와 연관된 다양한 차별 속에 살아간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유 원장은 “미국에서는 이혼을 하더라도 아이가 18살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양육비를 지원하도록 돼있지만 한국 여성들에게는 양육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두레방에서는 미군과 국제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여성 가운데 90% 정도가 이혼을 한 채 살고 있는 것으로 미뤄 짐작하고 있다. 물론 한·미 양국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한미 양국에서 미군 아이를 낳은 한국인 여성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 우리 사회도, 미국 사회도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고국에서 먼저 혼혈인들을 보듬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이미 한차례 배제되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지요.” 그는 한국 정부의 분리정책이 미군 자녀들과 어머니들의 고달픈 처지를 부추겼다고 여긴다. 우리 정부는 한국전쟁 뒤부터 80년대까지 입양, 해외취업 알선 등으로 혼혈인을 해외에 보내는 정책을 폈다.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한 지 60년입니다. 워드를 영웅시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미군 자녀와 어머니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돌아보고 이들의 명예회복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지촌 주변 여성들 대부분은 아직 사회구조적으로 군사주의의 희생자로 머물러 있어요. 이 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의정부/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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