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주검을 태워 내다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53·가운데)씨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 있는 자신의 신발가게에서 경찰과 함께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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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뒤 “또 수차례…상습범행 잇따라”
이웃도 경찰도 “그집 아저씨가 그런줄…”
사실상 활보 방치에 아이둔 부모 불안
“10명이 넘는 어린이를 성폭행한 자인데, 지금 어디서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경기 성남남부경찰서 윤호삼 강력1팀장은 어린이성폭행범 곽아무개(40)씨를 다시 뒤쫓고 있다. 1년 반이 넘었다. 그가 범인 검거에 조바심을 내는 것은 상부의 재촉보다는 또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이란 걱정 탓이 더 크다.
2004년 6월 윤 팀장이 붙잡았던 곽씨는 1995년 초등학교 어린이 5~6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살고 나오자마자 또다시 성남과 수원 일대에서 6명의 어린이를 성폭행했다.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추적을 벌인 경찰은 1년여 만에 곽씨를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고작 두달 만인 2004년 8월부터 지금까지 또한번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재판을 받던 중 판사 직권으로 서울 은평시립병원에 정신감정을 받게 된 곽씨가 병원 창문을 통해 달아났기 때문이다.
곽씨처럼 또다른 피해자를 노리는 어린이성폭력범들이 도처를 활보하고 있다. 미처 붙잡히지 않았든, 이미 처벌을 받았든 이들의 재범 가능성이 높은데도 어린이들을 보호할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경찰도 김씨와 같은 어린이성폭행 전과자를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관할 지구대 관계자는 김씨의 전력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를 붙잡은 용산경찰서 강력팀도 탐문수사 끝에 “신발가게 주인이 지난해 어린이성추행 사건으로 구속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사전에 별도로 주목해온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찰도 이웃도 모른 채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적 어린이성폭력범은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3살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738건으로 2004년에 비해 15건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성범죄 건수가 1만3446건으로 전년의 1만4089건보다 줄어든 것과는 상반된다. 경찰청은 이 가운데 몇 건의 범인이 붙잡히지 않았는지에 대한 통계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성범죄 가운데 범인이 붙잡히지 않은 비율은 대략 10%에 이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상담 사례도 지난해 청소년 370건, 어린이 211건, 유아 116건 등으로 어린이가 전체의 30%를 넘는다. 어린이성폭행범 곽씨를 추적하고 있는 윤 팀장은 “어린이만 보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인에 대해선 특별관리가 필요한데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기성 박용현 이순혁 전진식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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