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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0 19:17 수정 : 2006.02.21 02:57

11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주검을 태워 내다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53·가운데)씨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 있는 자신의 신발가게에서 경찰과 함께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소 뒤 “또 수차례…상습범행 잇따라”
이웃도 경찰도 “그집 아저씨가 그런줄…”
사실상 활보 방치에 아이둔 부모 불안

“10명이 넘는 어린이를 성폭행한 자인데, 지금 어디서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경기 성남남부경찰서 윤호삼 강력1팀장은 어린이성폭행범 곽아무개(40)씨를 다시 뒤쫓고 있다. 1년 반이 넘었다. 그가 범인 검거에 조바심을 내는 것은 상부의 재촉보다는 또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이란 걱정 탓이 더 크다.

2004년 6월 윤 팀장이 붙잡았던 곽씨는 1995년 초등학교 어린이 5~6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살고 나오자마자 또다시 성남과 수원 일대에서 6명의 어린이를 성폭행했다.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추적을 벌인 경찰은 1년여 만에 곽씨를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고작 두달 만인 2004년 8월부터 지금까지 또한번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재판을 받던 중 판사 직권으로 서울 은평시립병원에 정신감정을 받게 된 곽씨가 병원 창문을 통해 달아났기 때문이다.

곽씨처럼 또다른 피해자를 노리는 어린이성폭력범들이 도처를 활보하고 있다. 미처 붙잡히지 않았든, 이미 처벌을 받았든 이들의 재범 가능성이 높은데도 어린이들을 보호할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 2000년 서울에서 10살짜리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2004년 11월 출소한 이아무개(38)씨도 불과 석달 뒤인 2005년 2월부터 다시 범행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난달 22일까지 8~12살 여자 어린이 12명을 아파트 옥상 등에서 성폭행하는 만행을 저지르다 지난달 27일 경찰에 붙잡혔다.

청소년 시절부터 강간죄를 저질렀던 이씨였지만, 같은 범죄를 거듭 저지르고 수감돼 교도소를 나온 뒤에도 아무런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씨를 1년 동안 추적해 붙잡은 경기 용인경찰서 담당 형사는 “범인이 10살짜리 아들까지 둔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성폭행범에게 상식 밖으로 관대한 사회적 제도가 이런 악순환을 낳는 것인만큼 이젠 인권보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11살 소녀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혐의로 지난 19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붙잡힌 김아무개(53)씨도 지난해 5월 술집에서 4살 어린이를 부모가 보는 앞에서 강제추행해 같은 해 9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웃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숨진 어린이도 늘 다니는 길가의 신발가게 아저씨로 여겼을 뿐 아무런 경계도 할 수 없었다는 게 이웃과 가족의 전언이다. 이웃 박아무개(30)씨는 “김씨가 전과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린이를 성추행한 줄은 몰랐다”며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아무런 대책 없이 놔둘 수 있느냐”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경찰도 김씨와 같은 어린이성폭행 전과자를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관할 지구대 관계자는 김씨의 전력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를 붙잡은 용산경찰서 강력팀도 탐문수사 끝에 “신발가게 주인이 지난해 어린이성추행 사건으로 구속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사전에 별도로 주목해온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찰도 이웃도 모른 채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적 어린이성폭력범은 그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3살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738건으로 2004년에 비해 15건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성범죄 건수가 1만3446건으로 전년의 1만4089건보다 줄어든 것과는 상반된다. 경찰청은 이 가운데 몇 건의 범인이 붙잡히지 않았는지에 대한 통계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성범죄 가운데 범인이 붙잡히지 않은 비율은 대략 10%에 이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상담 사례도 지난해 청소년 370건, 어린이 211건, 유아 116건 등으로 어린이가 전체의 30%를 넘는다.

어린이성폭행범 곽씨를 추적하고 있는 윤 팀장은 “어린이만 보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인에 대해선 특별관리가 필요한데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기성 박용현 이순혁 전진식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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