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06 21:40
수정 : 2006.07.06 21:40
자동차 부품업체에 늦깎이 도전
골프·술 대신 기술력으로 영업 승부
직원에 편지·선물…연 130억 매출
“처음 회사를 인수한 뒤 공장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쇠를 다루는 공정 위주여서 작업장 환경이 열악했거든요. 직원들 앞에서 장갑 끼고 화장실 청소까지 했는데, 몇달 지나니까 회사 분위기가 싹 바뀌더군요. 노사가 아니라 어머니와 자식 같은 관계가 맺어졌고요. 여성적 리더십이 전통 제조업을 바꿨다고 믿습니다.”
6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여성 경제인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전옥희(64) 삼양금속 대표는 여성으로는 드물게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한다. 중학교 교직원으로 일하다 친척 권유로 늦깎이 경영자가 된 그는 1985년 인수 당시 부도상태였던 회사를 ‘어머니’답게 이끌며 연매출 130억원대 ‘强小기업’으로 키워냈다. 자동차 모터용 샤프트를 만드는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냉간성형공법을 개발했으며, 미국 지엠 계열 부품회사 등에 연간 40억원 어치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냉간성형공법은 쇠를 깎아서 만들었던 샤프트를 두드려서 성형하는 것으로 원자재 비용과 가공시간이 이전의 절반 수준에 이뤄진다.
“골프나 술로 영업하는 건 불가능했죠. 그래서 기술력 때문에 바이어가 직접 찾아오는 기업을 만들자, 공장 자체를 영업 장소로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처음 엔지니어 3명으로 팀을 꾸려 연구에 착수했고, 1989년엔 한국원자력연구소와 함께 새 공법 개발에 성공했죠.”
전 대표는 “삼양금속의 성공은 여성기업이면서 기술기업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임원과 관리자들을 일본 도요타에 연수 보내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임직원 72명 중 여성은 15명 뿐이지만, 공대 출신 여성들이 실제 현장에서 품질관리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삼양금속의 자랑거리다.
경영철학의 두가지 키워드는 봉사와 사랑이다. 홀트 아동복지회, 대구 소년원 어머니회 등 각종 봉사단체를 통해 이윤의 사회환원에 힘쓰고 있다. 전 대표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직원들에게 애착이 간다”며 “그들에게 사랑의 편지도 쓰고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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