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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6 18:39 수정 : 2006.08.16 19:15

박근혜 대표 패러디 논란 침묵?-표현자유 등 이견도 많아
강금실 후보 지지성명 불참?-‘무소속 후보만 지지’ 원칙 때문
보육문제가 사회 아닌 여성 과제?-보통 여성들 일상과 직결

‘창비’ 가을호, 여성학자의 ‘여성단체연합’ 대표 도전인터뷰

오랫동안 여성계 안에서 바깥으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건 일종의 금기였다. 여성들 사이의 논쟁은 무엇이든 ‘여자끼리의 싸움’으로 쉽게 치부됐다. 고부 갈등부터 여성 국회의원들의 정책논쟁까지 모두 ‘같은 여자싸움’으로 보려는 시각 탓이 컸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다름을 드러내기에 앞서 뭉쳐야 했다.

최근 일부 학자와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여성운동을 돌이켜보자는 ‘다른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금의 여성운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여성운동이 사회비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성운동 안의 가부장성은 없는지, 여성 정치인을 여성계가 지지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가 모두 논쟁점이다. 여성주의의 본령인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가 제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다.

때맞춰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여성계의 ‘차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인터뷰 ‘여성운동의 중심에 물음표를 매긴다’가 실렸다. 우리나라 대표적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정현백 공동대표(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를 여성학자 정희진씨가 만났다.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여성단체연합에 의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인터뷰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지성계의 대표 격인 ‘창비’가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에 관심을 기울여 논쟁적 지면을 내놓은 것도 이례적이다.

정희진씨는 그간 여성계 안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여성단체연합의 행보를 두고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먼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렸던 이른바 ‘박근혜 패러디 사건’에 대한 대응방식을 예로 들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모습을 침대에 누운 속옷 차림으로 합성한 낯뜨거운 사진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려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연합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즉각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정 대표는 “연합 내부에서 토론을 해 봤더니 ‘표현의 자유’ 시각을 둘러싼 이견이 있어 신속하게 방향을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희진씨는 “그게 바로 포르노 같은 재현물에 대한 전통적인 남성중심적 시각이고, 모임 활동가들의 젠더의식(성별의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며 “진보 남성의 시각이었지 여성 시각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연합의 정치활동 방식에 대한 논쟁에선 특히 여성의 시각과 시민단체의 딜레마가 엿보인다. 2004년 총선 때 진보·보수를 망라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맑은넷)를 구성하고 여성후보 공천을 요구한 연합이 지자체 선거 때 강금실 후보 지지성명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정 대표는 “강금실 후보의 경우 소속 정당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연합 내부 논의가 많았다”며 “지지 여부 논의 간담회를 소집했는데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회원단체의 정당 지지가 일치하지 않았고 “무소속 후보만 지지한다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정희진씨는 “여성단체연합이 맑은넷 활동은 잘했다고 평가하지만, 강금실 후보는 (열린우리당 후보 이상의 의미가 있으므로) 지지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연합의 젠더의식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보육정책 등 연합이 참여한 젠더 거버넌스(정부, 학계, 시민단체, 기업 등이 협력한 정책과정)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견해가 달랐다. 거버넌스는 시민단체가 정책입안에 참여하는 통로이면서 비판을 가로막는 걸림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육을 여성의 삶이라고 보는 견해에 대해 정씨는 “보육은 사회문제이지 여성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본 반면 정 대표는 “정말 보통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문제”라고 연합의 참여가 필요했음을 강조했다.

두 사람이 의견일치를 본 점은 없을까? 있긴 하다. 지금 정부의 저출산 대책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단, 정 대표는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이때 일과 가정의 양립을 확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정희진씨는 공적인 영역에서 아무리 제도화가 돼도 사적인 영역에서 남녀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창작과 비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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