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2 17:14
수정 : 2006.09.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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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자원활동가 모임’의 회원들. 왼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유은경, 조아니 도슨, 크리스틴 버크, 솜머 샴버스, 로버트 킨즐, 타니아 캠벨, 그레이스 키, 제니퍼 리, 조지아나 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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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는 ‘경계를 넘는 자원활동가 모임’이 있다. 회원은 모두 50여명. 다 외국인들이다. 지난해말 ‘여성의 눈으로’라는 영문판 소식지의 제작에 참여한 이들이 만들었다. 그때 활동한 이들은 대개 자기 나라로 돌아갔지만, 남은 친구들이 일을 물려받았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들 대부분 자기 나라에서 학창시절부터 자원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 대학에서 여성학을 배우고 엠네스티 한국사무소에서 활동해온 미국인 조아니 도슨(40·여·출판사 근무)은 여성폭력반대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영문책을 만들어보니 주인공이 모두 남성들이었다”며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버크(30·미국)와 제니퍼 리(24·여·미국)도 대학 때부터 여성재생산권 운동과 ‘여성 밤길 되찾기 운동’ 같은 캠페인을 했다. 로버트 킨즐(23·남·미국)은 “환경운동을 하다가 젠더와 인종차별을 포함한 시민권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미국에선 젠더 문제에 관심 있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피스보트를 탔던 타니아 캠벨(23·뉴질랜드)과 미국에서 폭력응급전화 지원활동을 해온 사회학도 그레이스 키(23·미국)는 각자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몇주에서 몇달 정도 짧은 기간 한국에 머물 뿐이지만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나누려 한다. 타니아와 조아니는 “자원활동을 하려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적당한 단체를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고 했다.
이들은 2주에 한번 모여 여성인권에 대해 공부를 하고, 영문사이트를 관리하고, 아시아 다른 여성단체와 협력사업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각종 폭력추방행사, 반전집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도 지원한다.
여성의전화연합에 모임 해외협력 돕고 집회도 함께
몽골 돕기 국제프로젝트 맡아 폭력방지센터 모금마련 나서
최근 모임 사람들은 ‘쉴 곳이 필요해(Gimme Shelter)’란 이름의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몽땅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몽골의 국민폭력방지센터(Nationla Center Against Violence: NCAV)를 재정적으로 돕기 위한 것으로 ‘모임’의 첫사업이다. ‘모임’을 지원하는 김유은경 간사는 “몽골의 폭력 피해여성·아동 쉼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 단체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처음 95년에 수도 울란바토르에 침대 4개짜리 여성폭력피해자 쉼터를 만들었지만 이용자가 늘어나 쉼터를 넓히는 게 시급하다고 한다. 10년 동안 1213명의 여성과 1333명의 아이들이 이 쉼터를 거쳐갔다.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몽골 여성 3명중 1명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조아니는 “일단 즐겁게 행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하는 일과 몽골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모금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후원기금 마련행사는 22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의 한 카페(Rocky Mountain Tavern)에서 연다. 23일 낮 12시부터는 뚝섬유원지역 2~3번 출구 부근 광장에서 ‘아름다운 나눔장터’를 진행한다. 중고물품을 판 수익금과 티켓 판매대금은 몽골로 보낼 예정이다. (02)2269-2962.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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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단속 국제공조 연구할 것” 정봉협 전 여성정책 본부장 하버드 연구원으로 떠나
정봉협(48) 여성가족부 전 여성정책 본부장. 여성가족부의 드문 남성 관료다. 그가 지난달 하순 미국으로 떠났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자격이다. 늘 부족하다고 느끼던 것을 채워오고 싶어서다. 하버드대에서도 그의 경험을 높이 사 한국의 성매매근절 정책에 대한 발표를 특별히 부탁해왔다고 한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을 진두지휘했다. 남성구매자 처벌조항을 포함한 우리나라 성매매특별법은 어느 나라보다 ‘강력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더욱이 남성 관료가 성매매 관련 정책을 펼치는 일도 매우 드물다.
“한국은 국제적인 인신매매 송출국이자 목적국으로 알려져 성매매목적의 국제인신매매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국가간 공조체제가 미흡해 국제인신매매범을 단속·처벌할 수 있는 공조 시스템 구축방안을 연구하려 합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만 2년, 정씨는 여러 차례 “3~4년만 기다려달라”고 호소해왔다. 왜 하필 3년일까. “일제시대부터 치더라도 최소 3세대 지속돼온 성매매가 1~2년만에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평소 길 걷다가도 “‘여성항시 대기’라고 적힌 간판만 봐도 긴장된다”고 의욕을 보이던 그였지만, 생활에선 불편이 많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성매매 단속 좀 살살 해라”며 비꼬는 말도 듣고, 성매매업소 관계자인 듯한 사람이 협박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남성 수요자를 줄이는 겁니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난 한 남성은 예전에 러시아 여성을 가수로 데려와 성매매 시키면서 돈을 벌었는데, 장사가 안돼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그는 “현장 지원과 상담을 하는 여성단체 인력 다수가 심리적인 충격과 우울증 초기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에 대한 후생복지와 치료 재활 방안까지 아울러 공부해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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