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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6 18:18 수정 : 2006.09.26 18:18

코리아 프로젝트 비걸 크루의 멤버들인 서혜미·허란·최윤희씨(왼쪽부터) 서씨는 “우리나라 비걸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아 프로젝트 비걸 크루’ 서혜미·허란·최윤희씨

지난 22일 밤 선유도 공원 야외무대에 3명의 댄서들이 나타났다. 팔을 꺾고, 공중에서 다리를 엇갈리고, 바닥에 어깨를 대고 거꾸로 선다. 저들이 ‘한국의 문화상품’이라는 바로 그 비보이? 신이 난 댄서가 마이크를 높이 들고 외쳤다. “프리즈(멈춤 동작)!” 댄서 한명이 바닥에 한 손을 짚고 물구나무 서서 두 다리를 허공으로 쭉 뻗자, 긴 머리카락이 땅으로 확 쏟아졌다. 여자네! 600여 여성관객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비보이만 있나요? 우린 비걸입니다!“

‘2006 여성전용파티 피도눈물도 없는 밤-칠거지락’(문화미래 이프) 행사장에 나타난 ‘코리아 프로젝트 비걸 크루’ 서혜미(22·전문 댄서), 허란(22·전문 댄서), 최윤희(19·학생)씨. 때로는 따로, 때로는 같이 활동하는 ‘프로젝트팀’이다. 여성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그들의 몸놀림이 더욱 격렬해졌다. 힙합 댄스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 기술만 보여준다는 브레이킹 댄서들. 남자들을 ‘비보이’, 여자들은 ‘비걸’이라 부른다.

한국의 비보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식전 행사에 공연 제안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홍대 앞엔 세계 최초의 비보잉 전용 극장이 생기기도 했다. 전국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비보이들이 수만명인 데 비해, 전문 비보이는 10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보잉만으로는 생계나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탓이다.

비보이와 달리 존재조차 몰라 얕잡아보는 편견 깨려 결성
언젠가는 큰 대회 우승 목표 “소수인 여자끼리 뭉쳐야죠”


코리아 프로젝트 비걸 크루

비걸은 더 적다. 서혜미씨는 “전국 통틀어 고작 50여명 정도 될 텐데 요즘 전국 대회나 공연에서 활발하게 출전하는 비걸들은 15~20여명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비걸이 있더라도 비보이 팀에 ‘깍두기’처럼 한명씩 끼어 활동하는 정도다. 그래도 비걸은 꿋꿋하다. 즐거우니까!

“여자들이 비보잉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을 깨고 싶어서 비걸 크루를 만들었어요. 여자들도 할 수 있어요. 프랑스에는 할머니 비걸도 있는데요.”

경력 9년의 서씨는 광고 디자이너 출신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비보잉을 해왔다. 지금은 직장을 관두고 전문 댄서로 혼자 활동한다. 부모님도 처음엔 춤추는 걸 반대했지만 지금은 연습에 매진하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우리의 정신은… 자유? 비걸이 등장하면 무시하기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런데도 비걸들은 상업적으로 춤이 화려하지 않다고 불러주는 데가 없어요. 비걸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한번 공연할 때 받는 비용은 한 사람에 5~10만원선. 그래도 “돈을 바라고 춤추지 않는다”는 허란씨. 그는 춤을 춘 지 7년 됐다. “석달 전 서울 영등포 롯데 배틀에서 2위를 한 게 최고 성적이지만 언젠가는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막내인 최윤희씨는 경력이 3년 밖에 안 됐지만 되도록 오래 추면서 경력을 쌓아 인정받고 싶어한다. 비보잉을 하다보면 뼈나 관절이 아파 세명 모두 정형외과 문턱이 닳도록 병원을 드나들지만 “오래 춤추고 싶다”는 바람은 한가지다.

“배틀(춤겨루기)에서 비걸을 만나면 무조건 인사하고 서로 친해져요. 얼마 없으니까요. 비걸을 되도록 많이 알리고 싶어요. 여자끼리 뭉쳐야죠.”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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