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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7 21:02 수정 : 2006.09.27 21:02

탈성매매여성들 7명 감독으로 변신
여성자활공동체 ‘윙’ 단편 10편 상영

오랜만에 찾아간 진주 고향집. 할머니는 손녀가 좋아하는 꼬막을 삶아 그릇째 내놓았다.

“할머니가 좋아요.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주셨거든요. 어렸을 땐 먹고싶어도 삼촌들 등쌀에 못 먹어 속상했어요. 이번에는 질리도록 혼자 다 먹었네요.”(판다·28)

여성자활공동체 ‘윙’(옛 은성원)이 21일 아트선재센터 ‘2006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선보인 단편영화 10편은 탈성매매여성 7명이 직접 찍고 편집한 다큐멘터리다. 이들은 ‘여성영상집단 움’에서 12주 동안 카메라 사용법과 편집 등을 배웠다. 피해 경험을 얘기하고, 인터뷰 당하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언어로 뜻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객석에 들어찬 200여명의 관객들. 박수갈채가 쏟아질 때마다 자부심도 한뼘씩 자랐다.

“지난해 영상제를 보고 너무 부러워 이번엔 꼭 출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판다(별명)는 고향집에 내려가 식구들을 만나고 ‘할머니와 꼬막’을 찍었다. 할머니들을 좋아한다는 그다. “간이역에서 할머니들을 찍을까, 평택 대추리에서 농토를 뺏기고 마음 상한 할머니들을 찍을까 하다 결국 우리 할머니를 가장 먼저 찍게 됐다”고 한다. 공부 욕심도 많다. 실내건축사 자격증은 이미 땄고, 지금은 피부미용사 공부를 하고 있다. 끼니도 못 챙길 정도로 바쁘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공동체 사람들이 있어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지난해 영상 과정을 마친 보물1호(별명·22). 영상을 배우면서 아예 전문 편집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공동작품 3편을 출품했다. ‘조교’로 다른 여성들 작업까지 도왔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손이 떨리는 게 문제”라고 겸연쩍어하지만 벌써 작품이 여러편이다. 올해 초 여성중앙인권센터 ‘종이학’ 개소식 때 상영한 영상물을 만들었고, 10월 한소리회 20주년 행사 때도 영상작업 편집을 부탁받았다.

“원하는 컷이 나오면 보람되고 희열을 느껴요. 실력 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기쁘고요.”

이들은 앞으로도 작업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사이트 주소는 www.w-ing.or.kr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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