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9 18:21
수정 : 2006.12.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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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는 아직도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와이엠시에이 총회장 앞에서 남녀회원들이 총회장으로 들어가는 남성회원들에게 여성참정권을 주라고 외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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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특위 23명 총사퇴 결의
“여성에 참정권 주지 않는 서울YMCA 퇴회이행 미온적”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구시대적 성차별로 말썽을 빚어온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사태’의 불똥이 전국 연맹으로 옮겨붙고 있다.
한국와이엠시에이 여성특별위원회는 위원 23명 총사퇴 결의 성명서를 14일 발표했다. 이들이 총사퇴라는 극단적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국와이엠시에이가 서울와이엠시에이의 제재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여성특위는 2년 만에 사실상 해체 위기를 맞게 됐다.
여성특위는 서울와이의 성차별 논란을 해결하려고 연맹이 만든 특별 기구다.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와 최영철 전국연맹 이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강지원 변호사 등 각계 인사 23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발단은 한국와이엠시에이 전국연맹이 지난 6월 연 총회에서 서울와이가 여성 참정권을 계속 거부할 때 5개월 안에 연맹에서 퇴회시키자고 결의한 데서 비롯했다. 여성특위는 이 결의에서 통보한 기한이 지났는데도 전국 연맹이 서울와이의 퇴회 조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들은 “한국와이 전국연맹 이사회가 서울와이가 성차별을 지속하도록 방치·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한국와이 전국연맹과 그 이사회는 와이엠시에이 조직 내부의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의지와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성 평등과 성인지적 관점의 운동체로서 바로 서기 위한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맹 이사회가 사건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견줘 전국연맹 이사회는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쪽 견해를 모두 고려해 원만한 해결책을 내놓자니 올해 안으로는 도저히 어렵겠다는 것이다. 한국와이엠시에이 송진호 협력사업국장은 “총회에서 퇴회를 결의하고서도 왜 이행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조건 없이 이른 시일 안에 여성 참정권을 주라는 것은 변함없는 연맹의 원칙이지만 서울와이를 퇴회시키지 않는 것도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전국연맹의 이런 숨가쁜 움직임에도 서울와이엠시에이는 흔들림이 없다. 서울와이는 처음부터 전국 연맹에서 퇴회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와이 쪽은 “세계와이엠시에이도 여성의 총회 참여를 인정한 것은 총회 참여 요구가 화두로 떠오른 지 70년을 훨씬 넘긴 1926년에야 받아들여졌다”며 “본래 남자들만의 단체였던 와이엠시에이가 여성을 총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직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밝힌다. 올해 초엔 정회원 자격을 ‘사람’에서 ‘남성’으로 바꾸려다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산 적도 있다.
현재 서울와이는 총회원의 절반이 여성 회원이라고,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고 있는 성차별철폐연대 쪽은 회원의 60%가 여성이라 주장하고 있는 상태. 두 쪽의 주장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회원 절반 이상은 여성인 셈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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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MCA가 말하는 ‘여성참정권 안주는 이유’ “남성조직 전통에다 총회서도 반대”
“역사는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듯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습니다.”
여성의 참정권 문제에 대한 질문에 서울와이엠시에이가 전해온 답변이다. 서울와이엠시에이는 1967년 헌장 개정을 통해 회원 자격을 ‘남자’에서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여성에게 회비를 받고,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총회 참정권을 주지는 않는다. 회원 자격과 총회 참정권은 분리되는 사안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까닭을 ‘역사’와 ‘절차’라는 세가지 정도로 압축한다. △지난 100년간의 역사 동안 남성만 서울와이엠시에이의 총회에 참여해온 점 △여성의 총회 참여 문제는 총회의 총의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 △서울지역에는 남자기독교청년회로서 서울와이엠시에이가, 여자기독교청년회로 서울와이더블유시에이(YWCA)가 활동하고 있으며 각각의 성 정체성에 따라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총회에서 거듭 여성 참정권이 부결되었기 때문에 ‘회원 민주주의’에 따라 여성에게 참정권을 줄 수 없으며 와이엠시에이는 역사적으로도 남성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와이엠시에이의 한 실무 간부는 “아무리 합당한 의견이라도 회원의 총의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직의 공식 견해를 대변했다. 앞으로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존 남성 회원들만의 모임에서 ‘절차적으로’ 여성의 참정권 허용 여부를 판가름하겠다는 주장이다.
서울와이엠시에이 쪽은 내년 2월 예정된 총회에서 여성참정권 일부 허용을 묻는 투표를 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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