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6 여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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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재산분할 민법개정 옥신각신
KTX 여승무원 비정규직 등 싸고
법·제도적 문제 잇따라 터져 ■ 돌봄은 여성 몫? 사회 몫? 여성계 일부는 보육과 가족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지난해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바뀌면서 가족·보육정책에 박차를 가한 것도 촉매제가 됐다. 여성계가 보육을 떠맡으려는 듯한 모습에 반론도 즉각 나왔다. 가족문제는 ‘여성문제’가 아닌 ‘사회문제’가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가 이런 견해차를 다룬 인터뷰 ‘여성운동의 중심에 물음표를 매긴다’를 싣기도 했다. 인터뷰어로 나선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보육은 사회문제이지 여성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정현백 대표는 “(보육은)보통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문제”라고 맞섰다.
■ 부부공동재산제 민법 개정 여성계 안에서 의견이 나뉜 대표적인 사례다. 이혼·상속 때 재산의 절반을 무조건 배우자 몫으로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이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성계 일부는 “성평등한 재산권을 위한 첫발”로 인정한 반면, 한쪽에선 “얼핏 성평등한 것 같지만 재산 형성에 기여가 많은 배우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규정”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컸다. ■ 첫 여성 총리 뜨고 첫 여성 헌재소장 지고 여성계가 한목소리로 반긴 것도 있다. 장상 국무총리 서리의 낙마 4년 만에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4월 한명숙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앉은 첫 여성으로서 가부장적 습속이 남아 있는 정치분야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월 프랑스 여성지 〈마리 클레르〉 미국판 12월호에서는 그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더불어 ‘세계 여성리더 7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편 두 명의 여성 법조인이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의 등장으로 주목받았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5·3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마했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은 지명 철회됐다. 이들 같은 경륜과 지명도를 가진 여성 지도자들이 부족한 터라 ‘여성 서울시장’ ‘여성 헌재소장’은 한동안 만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 국회의원, 성추행·여성 비하 발언 2월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불구속 기소된 최연희 의원(무소속)이 11월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최 의원은 성추행 사건 뒤 “(여기자가) 식당 주인인 줄 알았다”고 밝혀 식당 여성 업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충환 의원(한나라당)은 여성가족부 국감장에서 불법 마사지를 “짙은 안마”라고 표현하고 성매매방지법 부작용을 대체하기 위해 “한국인(남성)의 성생활 공급의 양을 정확하게 평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해 논란이 됐다. ■ 성매매 피해 지원 20돌, 국외 성매매 극성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근절 운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였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활동해온 민간단체들의 연합체인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와 의정부 기지촌 여성인권보호단체 ‘두레방’이 창립 20돌을 맞았다. 성매매방지법 2돌을 맞아 정부가 발표한 성매매방지법 개선대책에는 국외 성구매 적발자에 대한 여권 효력 상실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올해 현재 약 14%에 이르는 성인 남성들이 국외 성매매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300일 농성 25일로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의 농성이 300일을 맞았다.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직접 고용·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지만 공사 쪽은 적법한 ‘계약 해지’라고 맞서고 있다. 외주 위탁업체 이적을 거부해 단순히 비정규직 계약을 해지한 것뿐이지 정리해고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노동부조차 ‘불법 파견이 아닌 적법 도급’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철도공사는 직접 고용해왔던 새마을호 승무원들까지 외주 위탁하기로 해 이들도 함께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여성계·법조계·학계 등 사회지도급 인사 수백 명이 케이티엑스 여승무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일본, 타이, 필리핀, 대만, 호주, 뉴질랜드, 미얀마의 철도노조와 해운노조 등이 항의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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