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2 17:58
수정 : 2007.03.02 17:58
|
‘버자이너 모놀로그’
|
성폭력 추방 뜻 담은 ‘브이-데이’ 연극행사 한국서 열려
“세상에, 내가 이 단어를 말했네요. 처음엔 모두 말하길 꺼려했지요. 부끄러워했고요. 그러나 그들이 말하기 시작했을 땐 아무도 그들을 멈출 수 없었지요….” - 〈버자이너 모놀로그〉 중에서
‘브이-데이’(V-day)행사가 3~4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는 여성 폭력 추방의 뜻을 담아 세계 각 나라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여는 연극 행사를 가리킨다. 행사 참가자들은 매년 2월14일 밸런타인데이와 3월8일 세계여성의 날 사이에 〈버자이너 모놀로그〉(보지의 독백)를 공연하고 수익금 전액을 다양한 여성 폭력 추방 운동에 쓴다. 각국에 퍼져 있는 행사기획단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4000만달러에 이르는 기금을 마련해 여성폭력 방지교육, 피해자 쉼터 마련, 5000여개 공동체의 비폭력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이번 한국 공연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온 외국인과 한국인 여성 35명이 힘을 모았다. 스태프가 15명이고, 출연자만 17명에 이른다.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직장인이 대부분인데, 이번 공연을 하려고 일시적으로 모인 셈이다. 행사를 제안한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역사관 영어 안내 도우미를 하던 한국인과 외국인 여성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지난 두달 동안 일반인 오디션과 무대 연습을 차례로 진행했다.
김조유경씨는 “우리나라엔 약간 생경하지만 2005년 ‘브이-데이’ 기획회의에서 세계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년 동안 미국에서 ‘브이-데이’ 행사에 참여했다는 캐서린 로빈스(미국)도 2005년 미국 안에서 연 행사로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알게 됐다. 그는 “교육을 통해 이 세상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번 한국 공연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 교육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 주제는 전쟁과 무력 갈등 상황에서 여성에게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성폭력의 문제다. 미국 동포 안드레아 리는 “전쟁 때 일어나는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평소에도 일어나는 성밀매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소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 얘기 나누는 걸 즐긴다는 그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듣는 일은 감정적인 소모가 많지만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바르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할머니들의 강인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나에게 진정한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일까지 오후 2시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공연장 ‘빵’에서 열린다. 모든 수익금은 여성 폭력 추방 운동에 쓰이도록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에 기부한다. vdaykorea.blogspot.com, (02)6081-1089.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브이-데이서울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