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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6 21:10 수정 : 2007.03.06 21:10

수원 청명 주공아파트 부녀회가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연 전통 놀이마당 행사에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참여해 즐기고 있다. 조선희 제공

생활밀착 공동체운동 확산
부녀회 놀이마당·나눔 앞장
도서관 열어 육아·교육 함께

올해로 우리나라 진보적 여성운동이 활동 20돌을 맞았다. 그동안 성평등적 법·제도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여성운동은 최근 가파르게 진화하는 양상이다. 지역 살림 운동을 포함한 공동체 운동, 사적 관계의 민주화, 소통과 자기 치유, 자기 안의 행복감과 내면의 신성함을 발견하려는 영성운동으로까지 변화의 폭도 넓다. 이 ‘진화하는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여성이 희생하고 피해 입는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관계의 혁명, 그리고 내면의 혁명까지 꾀한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이들의 움직임을 두차례에 걸쳐 나눠 살펴본다.

지난 2일 수원 청명주공아파트 부녀회는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를 열었다. 함께 먹거리를 나누고 아이들을 위해 투호놀이, 제기차기 같은 전통 놀이마당을 열었다. 946가구 가운데 참가 인원은 500명. 예상 인원을 200명이나 넘어 ‘인기 폭발’이었다. 이 마을엔 같이 아파트값을 올리는 ‘담합’ 대신 마을을 살기 좋게 하려는 ‘단합’이 있다. 우유곽을 재활용해 새집을 만들어 달고, 주민끼리 떡을 쪄 팔고 남은 수익금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온 주민이 함께하는 생태활동, 나눔활동이다.

부녀회장 조선희(38)씨는 98년부터 활동해온 수원여성회 회원이다. 그는 평소 “한 집 건너 한 명씩 여성운동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여는 풀뿌리 활동가 교육을 10번이나 받았다. “여성운동을 통해 나 자신이 크게 성장했고 사회를 바꿀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는 그는 “부녀회가 정말 중요하고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장터 문화, 놀이 문화, 교육 문화를 다 바꿀 수 있거든요.”

여성 운동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개인화, 파편화돼 가는 세계화 흐름 속에서 여성이 공동체 정신을 바로 세운다는 뜻이 크다. 20년 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역 회원단체들과 연대하는 풀뿌리 운동의 씨앗을 뿌렸다. 한국여성민우회와 서울여성의전화연합도 10~20년 전부터 지역 자치운동을 해왔다. 여성 폭력·인권 교육, 여성 재산권 운동, 생명·먹거리 운동까지 폭도 넓다.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는 3년째 ‘생명·사랑·공동체 운동’을 펼치며 마을 공동체 만들기 운동과 생협운동,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대전 중촌동 마을어린이 도서관 ‘짜장’(cafe.naver.com/jjajang ‘진짜’ ‘정말’이란 뜻의 순우리말)도 여성 운동이 뿌리내린 주민 공동체다. 대전여민회는 ‘돌봄과 나눔의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2001년부터 어린이 벼룩장터, 나눔장터, 문화공연을 열었다. 그뒤 동화읽는 엄마 모임이 중심이 되어 도서관 건립 아이디어를 냈다. 여기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자금을 댔고, 동사무소가 공간을 제공해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김미정(40·대전여민회 이사) 관장은 의회 모니터, 성인지예산 분석, 선거 지원활동을 해온 ‘주민자치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풀뿌리 활동을 “같이 나누고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에게 도서관 활동은 “공공성에 대한 주민의 인식을 넓히는 성장 과정이며 지역의 엄마 아빠들이 입시 같은 경쟁적 삶에서 아이들에게 뭘 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공간”이라는 얘기다. 성정치 운동, 도서관 운동이 둘 다 소중하다.

지역을 넘어서 환경과 먹거리를 살리며 공동체를 이루는 이들도 있다. ‘수수팥떡’(www.asamo.or.kr)은 옛 어른들의 지혜를 이어 고유한 먹거리를 살리고 몸을 살리는 자연요법을 알리고 있다. 특히 요리교실은 ‘같은 엄마’가 요리법을 일러준다. 엄마들의 경험을 나누는 공동체인 셈이다. 신라영 총무는 “성평등한 육아 제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아이를 키웠던 엄마들이 경험을 전수하는 일도 공동체 안에서 병행돼야 한다”며 “가정에서도 임신과 육아 방법을 부부가 함께 배우면 출산과 육아는 여자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하는 생활임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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