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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9 10:52 수정 : 2007.04.04 10:21

비정규직, 여성 차별도 봄눈 녹듯이…8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한 케이티엑스 부산지부 여승무원 정미정(26)씨가 눈을 맞으며 서있다.

파업 373일째… 눈이 내리다
KTX 여승무원 ‘올해의 여성운동상’

“우리는 케이티엑스(KTX)여승무원입니다.”

8일은 제 99주년 세계여성의 날, 파업 373일을 맞은 케이티엑스 해고 여승무원 81명은 3월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서울역 광장에 섰다.

애초 380명으로 시작한 파업 인원이 지금은 81명으로 줄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그리고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 문제의 압축된 상징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에게 성차별적 고용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을 땐 고된 투쟁의 끝이 보일 것 같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년 넘게 집을 떠나 투쟁을 해오면서 이들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싸웠던 동료가 하나 둘 떠날 때였다. 하지만 이들은 떠난 동료를 언젠가는 웃으며 만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에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시상했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에서 1만500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때늦은 눈발이 내린 이날, 이들은 고속열차가 아닌 서울역 광장에서 변함없이 외쳤다.

“우리는 케이티엑스 여승무원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이들의 투쟁 모습을 지속적으로 카메라에 담아온 기자는 하루빨리 이들이 환한 표정으로 고속열차에 타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짐을 싸고… 지난해 해고당한 한 여승무원이 탈의실에서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한 뒤 정이 든 승무원복을 사물함에 나둔 채 떠나고 있다.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서울역 플랫폼에서 승객서비스 활동을 마친 승무원들이 정리 모임을 갖는 동안 KTX열차가 그 옆을 지나가고 있다.
신발 끈 죄고… 여승무원들은 매일 아침 거리로 나서며 다부지게 신발끈을 묶는다.
거리 곳곳에 다니며 해고의 부당성을 홍보한 승무원들이 숙소로 돌아와 손전화로 텔레비전을 보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이 1년 넘게 싸워 올 수 있었던 데는 서로 아끼는 동료애가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좋은 소식 올까…꼭 잡은 손전화 서울역에서 농성 중이던 여승무원들이 모자란 잠을 채우려고 토막잠을 자고 있다.

[특집화보]KTX 여승무원들의 투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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