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씨가 수강생들에게 ‘갱년기 여성을 위한 요가’를 지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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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탄생’ 갱년기 기쁘게 맞으세요
호흡·명상 위주로 ‘몸’과 소통…“호르몬 치료만 정답 아니에요”
“갱년기는 몸 안의 에너지가 폭풍처럼 바뀌는 시기라고 합니다. 에너지가 정화되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죠. 사춘기보다도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너무 무지해요. 아프고 기분이 우울해도 나이 때문이겠지 하고 생각하거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20년 넘게 여성운동에 헌신해 온 이재은(48)씨가 최근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요가 지도에 나선 이유다.
‘여성 요가’ 전문가 이재은씨“이전에는 폐경 뒤 찾아오는 갱년기가 ‘여자로써 끝나는’ 시기라는 편견이 있었죠. 하지만 갱년기는 사실상 제2의 탄생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에요.” 이씨는 2~5년 전부터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폐경 이전기, 마지막 달거리로부터 12개월 동안 달거리가 없는 폐경기, 그리고 몸이 적응하는 폐경 이후기 모두를 갱년기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일과 돌봄노동에 전념해 온 중년 여성들은 이 때가 되면 시름시름 아프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또 ‘폐경기엔 합리적 사고를 못하고 히스테리를 부린다, 먹고 살기 바쁘면 갱년기도 없다’는 등 갱년기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많다고 그는 지적한다. “지금까지 여성운동은 정치운동에만 너무 치중했어요. 정작 여성의 몸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는 여성주의 활동가에서 갱년기 여성을 위한 요가 전도사로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여성운동을 시작한 1980년대 초반은 여성의 몸에 대해 “극도로 무심했던” 시기였다. “산동네에 차가 한 대 올라와서, 복강경 불임 수술을 해주고 가던 때였죠. 부작용에 대한 아무 설명 없이 서명을 받고 그냥 하고 가는 거예요. 몸에 대해 이렇게 무심했죠.” 뿐만 아니라 제왕절개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 중 하나이며, 자궁절제 수술도 너무 쉽게 이뤄져 왔다고 그는 비판했다. 그 역시 자신의 몸에 무심했었다. 83년부터 한국여성평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사회교육원, 한국여성재단 등에서 활동가로 바쁘게 20여년을 보내고 나니 남은 것은 쇠약해진 몸과 피폐해진 마음이었다. 그 때 대학 시절 잠깐 배웠던 요가가 떠올랐다. 98년 인도에 머물며 본격적으로 요가를 배웠다. ‘명상과 이완을 통해 자신의 몸을 돌보는 법’에 매력을 느낀 그는 2004년 호주로 유학을 떠났고,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건강서비스 경영 석사과정과 시드니 자연치유대학의 고급 요가지도자 양성과정을 밟았다. 그 때 관심을 가졌던 것이 바로 갱년기 여성과 노년 여성을 위한 요가였다.
이재은씨가 수강생들에게 ‘갱년기 여성을 위한 요가’를 지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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