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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5 21:09 수정 : 2005.03.25 21:09

■외국인 여성 성폭력특별법 사각지대

홀몸으로 아이를 키우던 재중동포 김아무개(46)씨는 2003년 10월 “한국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브로커들의 꾐에 넘어가 1천만원(500만원은 입국 뒤 납부)을 주고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이 김씨 등 재중동포 여성 4명을 취직시킨 곳은 성매매가 강요되는 ‘퇴폐’ 안마시술소였다. 김씨 등은 반발했지만 이들은 김씨를 감금하고 “500만원을 추가로 내지 않으면 중국의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꾀임에 속아 빚내고 편법입국
월78만원에 새벽까지 시달려
거부하면 “가족 죽여버린다”
추방당할까 신고못하고 ‘눈물’

그 뒤 겨우 탈출에 성공한 김씨는 지난주 경찰에서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더구나 애 엄마인 나에게 성매매를 강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위장결혼으로 추방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가 일했던 퇴폐 안마시술소는 강원도에 본점, 서울에 분점을 뒀고, 중국의 모집책에게 동포 여성 한명당 150만원을 주고 이들을 데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결혼이나 연예인 비자(E-6) 등으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여성들의 성매매가 심각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9월 발효된 성매매특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별법에는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의 출국 유예와 쉼터 제공 등의 조항이 담겨 있지만, 여성이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불법체류자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러시아·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연예인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여성 27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미군 기지 인근의 클럽 등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성애 ‘벗들의 집’ 대표는 “외국인 여성들은 성매매특별법 자체를 모른다”며 “어렵게 상담을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피해를 입증해 민사·형사 소송을 해야만 출국이 유예되기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고 본국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부가 지난해 벌인 외국인 여성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이들은 월평균 78만원의 임금을 받고 휴일도 없이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은 위장결혼으로 입국하는 여성들에게 소개비의 절반 정도만 먼저 받는다”며 “한국에서 일해 나머지를 내라는 수법으로 이들을 성매매에 옭아맨다”고 말했다.

김민정 이주여성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위장결혼으로 들어온 뒤 성매매 업소에 유입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위장결혼은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처벌과 추방을 피할 길이 없어 빚을 내고 온 여성들이 피해를 신고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 필리핀 등지에서는 국제 인신매매범들을 엄벌하고, 피해자들의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증인보호 조처를 담은 법률을 제정해 신고한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직장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민정 사무국장은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구제 장치가 시급하다”며 “경제적 빈곤이 이들을 성매매의 구조 안으로 밀어넣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신매매범 등 관련 정보를 적극 제공할 경우 일정 기간 합법적 체류를 보장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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