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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8 20:35 수정 : 2007.06.18 20:42

한국여성민우회 ‘자전거 번개’ 현장

한국여성민우회 ‘자전거 번개’ 현장

일상 속에서 대안적 삶 모색하며
한달에 한 번 모여 한강변 질주
환경·지역경제·건강 ‘두발’로 살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월부터 올해 주요 사업으로 ‘기꺼이 불편해지기’ 운동을 잡았다. 일상 속에서 ‘대안적 삶’을 실천하자는 뜻으로, 여성운동의 새로운 활동방향의 의미도 지녔다. 실천방안으로는 △자기 컵 갖고 다니기 △쇠젓가락 지니고 다니기 △가까운 곳은 걷고 자전거 타기 △1주일에 하루 텔레비전 끄기 등이 나왔다.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마련된 한 ‘자전거 번개모임’ 현장을 찾았다.

16일 오후 4시 뚝섬유원지, 뜨거운 햇살 아래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들을 태운 자전거가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자전거타기 운동을 벌이는 여성민우회 회원들의 ‘자전거 번개’ 날이다. 앙증맞은 세 발 자전거, 뒤뚱거리는 네 발 자전거는 엄마를 따라나온 아이들의 것이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탄다며 비틀대는 사람에서부터 집에서 한강까지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두 시간이나 걸려 “이미 힘 다 빠졌다”고 하소연하는 회원까지 다양하다.


“환경운동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물과 세제를 아껴쓰고, 장바구니 들고 다니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일은 주부라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지요.” 정정분(32)씨는 23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이 자전거를 타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면 지나치게 많이 사지 않게 되고, 가까운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니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운동도 되니 일석삼조라고 한다.

“자전거 타기를 일주일에 평균 3시간씩 하면 유방암 위험이 34%나 낮아진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여성에게 이보다 좋은 운동이 어디 있겠어요?”

민우회 활동가인 홍하이영(24)씨의 자전거 예찬이다. 그는 민우회 회원 상당수가 주부라며, “주부들이 참여하면 가족들이 다 같이 하게 된다”고 생활 속의 여성운동이 갖는 힘을 말했다. 실제로 이날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참가한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16일 ‘자전거 번개’에 참여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이 한강변을 달리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민우회의 ‘가까운 곳은 걷고 자전거 타기’ 캠페인에는 ‘위풍당당 그녀들의 페달밟기’라는 이름도 붙어있다. 이 대목은 에너지시민연대와 함께하는데, 여성이 자전거 타기를 통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자전거에 서투른 여성들을 위해 올들어 6번의 자전거 교실을 열었고, 6월부터는 매달 열리는 서울지회 회원 ‘번개’를 ‘자전거 타기 모임’으로 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면서 도시환경 재정비 필요성을 한층 절감하고 있다.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온 이지수씨(32)는 “자전거 전용 도로도 부실하고, 아직 시민들의 자전거 매너도 서툴러 사고 위험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자전거타기를 권할 수 있도록 거리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민단체의 활동방향 재정립과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책이 맞물리는 측면도 흥미롭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선포하고, 구체적인 도로 정비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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