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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5 15:04 수정 : 2007.06.25 19:24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 시정권고 결정례집’ 발간

얼굴에 대고 노골적으로, 혹은 은근히 하는 성적 언동만이 성희롱인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23일 여성가족부와 함께 해오던 성차별·성희롱 시정 업무를 전담하게 된지 2주년을 맞아 ‘성희롱 시정권고 결정례집’을 발간했다. 인권위가 밝힌 “간접적이고 새로운 유형의 성희롱” 사례를 소개한다. 머리 속 깊이 새겨둘 일이다.

퇴폐·음란 회식장소=ㄱ(여성)씨는 외국인 엔지니어를 접대하는 중요한 자리가 있다는 말에 야근을 끝내고 2차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이른바 속옷을 입은 여성이 서빙을 하는 ‘섹시바’였다. ㄱ씨는 트랜스젠더의 스트립쇼가 시작하기 전 나가려 했지만 직장 상사인 ㄴ씨가 “외국인과 안면을 트고 이야기 좀 하다 가자”며 만류했다. 외국인 엔지니어는 테이블로 다가온 트랜스젠더의 가슴을 만졌고, ㄱ씨는 성적 모멸감에 한달 뒤 퇴사했다. 인권위는 ㄱ씨에 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회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직원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권고했다.

‘어거지’ 러브레터=ㄷ씨는 자신이 경리로 일하는 회사 사장 ㄹ씨로부터 “여생을 같이 할 의사가 확인되면 1억 지급, 동거하게 되면 4억 지급. 1년에 1~2회 세계여행을 한다”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건네 받았다. ㄷ씨는 “돈에 팔려가는 여자”라는 생각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편지를 받은 다음날부터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인권위는 ㄹ씨에게 인권위에서 하는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여-여, 남-남=노동조합 대의원 선거에 출마한 ㅁ(여성)씨는 ㅂ(여성)씨가 선거에 나오자 “ㅂ씨가 남자 직원과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는 등의 말을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인권위는 “성적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해 ㅂ씨가 성적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게 했으며(언어적 성희롱), 이로 인해 동료들이 ㅂ씨의 전직을 요구하는 등 위협적·적대적 근무환경(환경적 성희롱)을 조성했다”며 ㅁ씨에게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최현 인권위 성차별팀 조사관은 “그간의 시정권고를 통해 과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와 달리 이성간 성희롱뿐 아니라 동성간 성희롱도 조사범위에 포함시켰다”며 “성희롱의 행위주체인 사용자의 범위 역시 비상근 임원이나 이사·고문 등으로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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