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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0 18:17 수정 : 2005.03.30 18:17

한국교회 여성차별의 현주소

기독교 신앙의 진정성을 재는 척도터는 차별이다. 야고보서 2장은 돈과 권력 가진 사람을 좋은 자리로 안내하고, 행색이 허름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드러내는 차별을 소개하면서 그 교회는 가짜라고 선언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이 참된 신앙과 무관함을 성서는 되풀이해서 말한다.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않는 하나님과 차별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냐는 것이다. 내가 “부부 교수 전임불가”라는 해괴한 방침을 내세워 감리교신학대학교(이하 감신대)가 강남순 교수(50·여성신학)의 교수 임용을 탈락시킨 사건을 고통스럽게 직시하는 것은 이 절망적인 차별이 한국 교회 내에서 밥 먹듯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감신대가 전국 180개의 사립대학 중 최하위의 전임교수 확보율(34%) 때문에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지원예산의 50%를 삭감 당한 것은 지난 2001년의 일이었다. 그로 인해 감신대는 서둘러 14명의 초빙교수를 충원하게 된다. 전임교수였던 강남순 교수가 남편이 같은 대학 전임교수라는 이유로 2년 계약의 초빙교수로 바뀐 것은 그때의 일이다. 강 교수의 교수 임용 탈락으로 학교 안팎에는 ‘감신대 성차별 바로잡기 공동 대책위원회’와 ‘감신대 양성평등 실현을 촉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꾸려져 복직 투쟁에 나서게 된다. 1년 3개월 동안 지속되던 복직 투쟁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족상황에 의한 차별”이라며 강남순 전 교수의 손을 들어주게 됨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이름표를 떼어낸 감신대 연구실에서 강 전 교수를 만났다. 반 고흐의 흔하지 않은 <감자를 먹는 사람들>과 한나 아렌트의 글귀가 적힌 멋진 사진이 걸려 있는 아름다운 방이었다. 첫 만남을 배려하여 강 전 교수가 틀어준 잔잔한 클래식 음악 속에서 나는 역설적이게도 절망적인 한국 교회의 여성 차별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꼈다. 강 교수는 그동안 차별적 대우 뿐 아니라 ‘가족이기주의자’ ‘학생을 선동하고 모교 명예를 훼손시킨 사람’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인격 파탄자’라는 비난까지도 감수해야 했다. “종교와 사회에서의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지도력의 중요성”을 가르쳐 온 선생의 저항이 이런 식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1년이 넘는 동안의 인격 파탄자라는 비난과 매도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강 전 교수는 함께 한 몇 시간 동안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는 확인을 재차 하여야 했을까.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은 무겁게 짓눌렸다. 그런 절망의 와중에서 강 전 교수는 스스로 이는 분노에 굴복하지 않았다. “펜으로 싸우겠다는 결심을 넘어 몸으로 싸우는 것의 소중함과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를 발견했다”고 하니 말이다. 부디 “일상과 제도적인 삶에서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어떻게 가져 올 것인가“라는 강 교수의 줄기 찬 관심과 노력이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지표를 넓히지 못함으로 사이비 종교로 추락하는 한국 교회에 경종이 되기 희망한다. 지강유철 <안티 혹은 마이너> 저자 j33lu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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