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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3 18:32 수정 : 2007.08.13 18:32

박어진/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

미국 쇠고기 검역 중단이란 뉴스에 가슴이 철렁한다. 바로 이틀 전 미국산 알등심 스테이크 400그램을 사다 고3 아들에게 구워 먹인 걸 어쩌나.

그날의 냉장육 백 그램당 가격은 1,380원. 국산이나 칠레산 돼지고기보다 낮은 미제 쇠고기 가격, 정말이지 착해보였다. 그 날 저녁 소금과 후추로만 간단 양념해 팬에 구운 스테이크를 아들은 맛있게 먹어치웠다. 평소 ‘유지비가 싸게 먹히는 게 효자’라며 생색을 내는 녀석이니 굳이 쇠고기의 국적을 개의치 않는 눈치.

‘이 땅의 자존심’이라는 한우 쇠고기 CF를 보면 쓸쓸해진다. 그 자존심을 한결같이 지킬 수 있는 건 대한민국 상위 5퍼센트의 귀족일 테니. 돈이 없어 애국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반 민간인들에게 한우 쇠고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들이 한우 쇠고기를 포기한 지난 몇 년 동안 온 나라의 먹자골목과 야외 놀이터, 그리고 여염집에 삼겹살 냄새가 진동하지 않았던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다시 텔레비전뉴스에 등장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먹으면 사람 뼈에 구멍이 뚫린다는 소리, 무시무시하다. 수입되는 쇠고기가 30개월 미만의 소인지 정확히 구분해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배웠다. 검역 체계만으로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진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지구를 하나로 묶는 시장 체제에서 우리의 위장은 다국적 체제에 적응하고 있다. 중국산 기생충 김치와 통조림 갈비탕도 이미 먹어 댄 우리가 아닌가? 칠레산 홍어와 돼지고기도 낯설지 않은 품목이다. 와인으로 말하면 프랑스,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남아프리카 출신 브랜드들까지 시장을 휩쓸고 있다, 우리 집 냉장고 속에도 이태리산 와인 한 병, 스페인산 올리브와 미국산 겨자소스가 나란히 서있다. 거기다 커피는 탄자니아와 브라질 출신. 원산지 표시가 안된 채로 섞여 있는 성분들까지 생각하면 먹고 마시는 일상 속 우리는 이미 지구화된 존재들이다.

열릴 대로 열린 먹을거리 시장. 그렇지만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위험 분석은 부족하고 헷갈린다. 각자 알아서 먹으라는 당국. 늘어난 선택의 폭에 걸맞게 안전성을 판별해내는 눈을 독학으로 터득하란다. 밥상 안보의 최전선을 사수하는 주부들은 진땀이 나 갈팡질팡한다. 그 어느 시대보다 똑똑해지지 않으면 가족 건강 지킴이 노릇, 제대로 못할 판이다. 프로페셔널한 주부되기, 왜 이렇게 어렵다지?

박어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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