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3 23:40
수정 : 2007.08.1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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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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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희망 미혼모 늘고 입양 감소
“경제력 있으면 사회 시선 견딜 터”
출산과 자립 돕는 제도와 시설 절실
아이를 직접 키우려는 미혼모가 늘고 있다. 미혼모의 다수가 아이를 포기했으며, 그 결과 ‘해외입양 대국’이 되었던 과거에 비해 달라진 모습이다.
미혼모 보호·자립시설인 ‘애란원’과 ‘애란 모자의 집’을 운영하는 한상순 원장은 <한겨레> 기자에게 “5년 전만 해도 아이를 키우려는 미혼모가 15% 정도였다면, 지금은 65% 이상이 양육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최낙창 대한사회복지회 기획홍보부장은 “대한사회복지회 산하기관은 입양을 원하는 여성들이 주로 찾는 곳임에도 찾는 이의 25% 이상이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은 보건복지부 통계에서도 일부 뒷받침된다. 국내입양은 2002~2006년 사이에 1,694명에서 1,332명으로 줄었으며, 국외입양도 2,365명에서 1,899명으로 크게 줄었다.
최낙창 기획홍보부장은 그 원인으로 “학교 성교육, 사후피임약 및 낙태로 인해 19세 이하 미성년자의 비율이 조금씩 줄고 있으며, 시설을 찾는 이들은 대개 아이를 낳을 결심을 굳힌 20대들이 많아 양육을 고민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한상순 원장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적 능력만 있다면 사회의 시선은 견뎌낼 수 있다는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또한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미혼모자보호시설이 8개(2001년)에서 20개(2006년)로 늘어난 것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양육 미혼모’의 증가에 견줘, 이들을 위한 지원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미혼모 시설이 ‘입양 미혼모’ 위주로 꾸려져있는 탓에, 출산 뒤 아이를 데리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적은 것이다.
네이버의 유명한 한 임산부 카페의 ‘싱글맘’ 코너에서는, 미혼모들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미혼모 센터를 찾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시설은 아이를 출산한 뒤 산후조리 차원에서 한 달에서 길어도 6개월까지밖에 머무를 수 없다. 또한 아이와 함께 시설에서 나온 뒤 당장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양육 미혼모를 위한 직업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 원장은 무엇보다 양육미혼모의 증가에 맞춰 ‘중간의 집’ 형태가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간의 집’은 24개월 미만의 아이를 가진 미혼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2년간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적성상담과 직업교육도 아울러 제공된다.
‘중간의 집’ 형태는 서울의 ‘애란 모자의 집’ 한 곳을 포함해 전국에 16군데 정도다. 정원은 5세대 정도로 그룹홈 형태로 운영한다. 서울의 애란원이 10세대 규모이다. 따라서 대기자가 많아 들어가기가 어렵다.
최현주 애란원 사회복지사는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은 몇 년만 지원하면 세금을 내고 살 사람들”이라며, 미혼모 사회복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씨는 “초기에 몇 년만 도와주면 어머니는 물론 태어날 아이의 미래까지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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