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화유산해설사 최선경씨가 참가자를 이끌며 유적과 역사를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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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화유산해설사 최선경씨
여성들이 참여할 만한 새로운 ‘사회적 서비스’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아직 ‘직업’이라고 부르긴 어색하다. 지금 단계에선 여성의 사회적 참여 수준이지만 앞으로 새로운 전문직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관심을 끈다. 양성평등 시각으로 문화유산 보기전문 해설가 양성·활동으로 이어져
생태안내·환경관리·어린이건강 등
여성 관심 주제 ‘전문가 교육’ 활발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시 휘경원. 울창한 전나무숲 아래로,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듯 고요한 수빈 박씨의 능이 나타났다. 수빈 박씨는 조선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어머니다. “조선 후기에는 왕의 어머니가 후궁이었던 경우가 많아서, 후궁들의 능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여성문화유산해설사 최선경씨가 참가자를 이끌며 유적과 역사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날 답사코스는 휘경원에서 시작해 순강원, 공빈 김씨의 능을 거쳐 광해군과 부인 유씨의 묘까지 이르렀다. 조선시대 여성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여성문화유산답사여행 하루의 풍경이다. 이날의 주제는 ‘후궁’이었다. 참가자도 20명 가운데 19명이 여성이었다. 여성문화유산답사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잊혀져 온 ‘여성의 역사(herstory)’에 주목하여 우리의 문화유산을 살펴보려는 시도다. 그 간 여성계에서는 고정희 시인 해남 문학기행 등 문화운동 차원에서 ‘여성과 여행’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3년 9월 서울시 산하 서울여성가족재단에서 여성문화유산의 의의에 주목해 ‘여성문화유산해설사’ 과정을 개설하면서, 담당 전문인력을 본격적으로 양성하기 시작했다. 여성문화유산해설사의 등장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야 허황후 답사나 허난설헌 답사 등을 기획하는 흐름과 맞물려 큰 호응을 얻었다. 문화관광부는 올해 이 사업을 양성평등 지역문화확산사업으로 지정했다. 이날 ‘후궁’ 답사를 이끈 최씨는 여성문화유산해설사 1기 수료생이다.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일하던 최씨는 2003년 9월 여성문화유산해설사 강좌를 수료한 뒤 1,2기 수료생들과 함께 2004년 여성문화유산해설사회(cafe.naver.com/findingherstory.cafe)를 결성했다. 현재 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는 회원들끼리 정기 답사와 세미나 뿐아니라, 매달 정기적으로 일반인을 위한 답사를 진행한다. 지난 3·1절에는 최초의 여성의병이자 여성항일투쟁의 선구자였던 윤희순 의사를 찾는 가평 답사를 기획했다. 이번 답사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후궁들의 묘소를 찾아, 권력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던 비주류 왕실여성들의 삶을 돌아보는 일반인 참여 답사다. 이날 ‘후궁’ 편은 당일 2만원의 참가비를 받았다. 여성문화유산해설사회는 한국여성사학회, 한국여학사협회와 함께 ‘후배’ 여성문화유산해설사 양성도 맡았다. 24일까지 신청을 받으며, 문화유산에 관심있는 일반인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기존 문화유산해설사들을 우선 선발해 양성평등적 시각의 해설을 실무자들에게 널리 퍼뜨릴 예정이다.
최씨는 “역사는 기록하는 이에 의해 기억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주인공들은 거의 남성이었다”라며 “여성문화유산해설을 통해 숨겨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양성평등적 해설을 통해 딸들의 역할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는 “아직 여성주의라기보다는 대중에게 역사 속 여성들을 널리 알리는 작업에 가깝다”고 겸손하게 평한 뒤 “여성문화유산해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여성들도 역사 속의 주인공이었음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전문가 교육과정 어떤 것 있나 광주여성민우회는 광주·전남 여성들의 역사를 조명하고 홍보하기 위한 여성 역사해설사 양성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을 수료한 여성역사해설사들은 앞으로 역사 속 지역 여성들의 발자취를 발굴하고, 여성의 사회참여 및 성평등 의식을 살펴보는 전문 교육과정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생태안내자와 환경건강관리사를 양성하고 있다. 여성생태안내자는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들과 어린이에게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나는 풀, 꽃, 나무, 곤충, 새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며, 매년 강좌가 개설되어 이제 6기째에 접어들고 있다. 환경건강관리사는 환경보건관점에서 의식주 관련 생활 오염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전문가로 가정, 공공시설에 방문 및 파견되어 교육하는 일을 한다. 여성환경연대 생태교육팀의 정은영씨는 “수료생들은 여성환경연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강사나 보조강사로 활동하며, 공원이나 시민단체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어 앞으로 시민의식이 고취되면 엄연한 직종으로 자리잡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수수팥떡아이사랑모임에서도 주부들을 대상으로 어린이건강관리교사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교육팀의 신라영씨는 “아토피를 앓는 자녀들을 둔 어머니들이 전문교육을 받아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은 주부들의 사회적 구실 확장 차원이지만, 각 단체로부터 강사 파견 요청이 늘어 장기적으로 직업군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선경 여성문화해설사협회 회장은 이런 새로운 직종들에 대해서 “직업이라기보다는 평생배움을 통한 양성평등운동, 사회활동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키우고 난 여성들이 생태나 역사 공부를 통해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어 왔다. 나이들고 자유로워진 여성들은 누구보다도 진보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움직임”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서울 와이더블유시에이 금천인력개발센터의 박숙자 관장은 “아직 정규직보다는 사회적서비스 일자리”라며 “지역아동센터나 방과후 교실, 민간 어린이시설 등에서 수요가 있는 만큼, 국가의 지원 하에 강사료를 받고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와 더불어 사회봉사프로그램으로써 효과가 좋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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