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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0 18:38 수정 : 2007.09.10 18:38

이순주씨

LA 전도사·방송 진행자로 새출발한 코미디언 이순주씨


“내가 쓰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죠. 재산도, 명성도 다 잃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온 국민이 가난을 떨쳐버리기 위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힘겹게 살아야 했던 1960년대와 70년대에 최초의 여성 사회자이자 코미디언으로 맹활약하며 웃음을 선사했던 이순주(65·사진)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도사로 새 삶을 펼치고 있다.

현재 코리아타운 내 〈미주기독교방송〉 방송위원으로 재직하며 오전 8시 뉴스와 10시의 생방송 토크쇼 ‘아름다운 만남’, 오후 3시의 대담 및 시사프로 ‘오후의 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씨는 수시로 간증을 다니며 좌절의 끝에서 거듭난 삶을 풀어놓고 있다. 서라벌예대 1학년 재학 중 가극단 단원 모집에 응시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씨는 코미디언으로 변신해 ‘싱글 벙글쇼’를 비롯해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 극장’ ‘유머 1번지’ 등에 출연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절에서 1년간 요양을 할 정도로 위장병이 심해지자 이씨는 80년 미국공연팀에 합류한 뒤 미국에 눌러 앉았다. 그는 곧이어 85년 〈KBS〉 라디오에서 ‘엘에이(LA)에서 온 이여사’라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으로 돌아왔고, 91년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여러 사업을 벌이다 부도가 나면서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피 과정에서 여동생의 권유로 교회를 찾았다가 기독교인이 된 그는 우여곡절 끝에 94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정착해 나이트클럽을 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망했고, 절망의 바닥에서 종교적 구원으로 새로운 빛을 발견했다. 95년 애틀랜타신학대에 입학해 2년을 수료한 그는 다시 4년제인 임마누엘신학대를 다녔고 전도사로서 새출발한 뒤 올 2월 엘에이로 자리를 옮겼다.

오전 6시30분 방송국에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하루 평균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는 이씨는 3차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질곡의 삶에서 얻은 지혜를 구수한 언변으로 풀어놓아 청취자들의 반응은 뜨겁기 만하다.

이씨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밑바닥 인생까지 경험했기에 더 이상 좌절할 게 없다”며 “하느님 앞에서 교만을 떨칠 수 있었기에 행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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