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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3 20:37 수정 : 2007.09.13 20:37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

몇 년 전 화장을 안 한 듯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누드 메이크업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때 자기는 누드 메이크업도 화장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남자 동기의 말을 들으며 그의 무지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는 여자들은 원래 저렇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듯이 많은 남자들은 시시각각 마스카라가 번지지는 않았을까, 루즈가 지워지지나 않았을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여자들의 ‘피곤함’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다.

남자들은 아주 쉽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며 예쁜 여자들을 숭배하지만 그들은 ‘이왕이면’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가는지 어이가 없을 만큼 무지하다. 여자들은 ‘겉치장에만 시간을 보내는 골빈 여자’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남자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자신을 가꾸고 꾸며야 한다. 남들이 다 보는 곳에서 립스틱을 바르거나 파운데이션을 고치면 몰상식한 여자로 찍히기 십상이다.

나는 남자들의 통념상 ‘아무 것도 안 해도 예쁜’(그런 게 있겠냐만은) 나이를 훌쩍 지난 20대 중반의 여성이지만 아직도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스킨이나 로션조차도 바르지 않을 때가 많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여자의 치장에는 남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아이라인을 예술적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몇 년의 세월이 필요하고 파운데이션을 자연스럽게 바르기 위해서는 프로급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침잠 1시간을 포기하고 예술적인 아이라인을 그리거나 정확하게 눈썹을 그리는 그녀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꾸미지 않는 여자들이 모두 꾸미는 여자들을 미워하며 열등감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자들의 착각이다. 나를 정말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그녀들을 구실로 삼아 여자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남자들의 시선이다. 또 그들의 시선을 그대로 체화해버린 여자들의 시선이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받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외면하고 그녀들의 노력과 돈과 시간을 우스운 것으로 만든다. 최근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성형수술과 지방흡입을 했던 개그우먼 김미려를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들이 그토록 숭배하는 아름다운 몸뚱아리를 보고 즐기고 싶을 뿐이지 그것을 위해 여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노동과 스트레스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대한민국의 여자들이 끊임없이 다른 여성들과 자기를 비교하며 다이어트에 몇 십만원을 써대는 것은 바로 당신들이니, 자 이제 방으로 돌아가 거울에 자신의 ‘성의 없는’ 얼굴을 마주하고 여자들의 치열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 뒤, 값싼 비난의 목소리를 낮추라.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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