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8 20:05
수정 : 2007.10.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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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화폐 여성인물 신사임당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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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 대표격 적당치 않아…“시대에 저항했던 인물” 주장도
한 여성문화운동 단체가 ‘화폐도안 인물로 신사임당 불가’라는 선도적 문제제기에 나서 반향이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10만원, 5만원권 등에 넣을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신사임당을 검토중이다.
(사)문화미래 이프(대표 엄을순)는 지난 2일 신사임당 선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서명운동을 펼쳐왔다. 신사임당이 “부계혈통을 성공적으로 계승한 현모양처로서 지지되고 있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지난 15일에는 여성 화폐 인물로 어떤 여성이 선정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김신명숙 이프 이사는 “새 화폐에 들어갈 여성인물은 어머니나 아내 이전에 개인의 고유한 삶을 산 주체적인 여성,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와 공동체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성단체들은 논란이 신사임당 찬반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대체로 다양한 여성인물의 발굴과 재해석을 통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김은경 정책홍보부장은 “회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참에 한두가지 이미지로 굳어진 여성인물들에 대한 재해석 작업과 다양한 여성인물의 추가발굴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일단 여성인물이 새 화폐에 반영되는 것은 찬성하지만, 되도록 개인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인물이었으면 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번 기회에 선정위원들의 성별 구성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경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후보 20명 중 여성인물로는 신사임당 1명만 넣었다가, 나중에야 유관순을 추가한 것을 보면 선정위원이 너무 남성 위주로 구성된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선정위원의 신분과 성별 등은 로비 압력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윤한근 한국은행 이사(부총재보)는 〈한겨레〉의 물음에 “위원회는 각계의 소양있는 인물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성 참여 할당제는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익단체나 지역단체 등의 대표는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어, 여성이 들어가더라도 여성계 대표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신사임당 내정설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부인했다. 한국은행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선정 작업을 완료하고 도안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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