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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5 21:55 수정 : 2007.10.26 00:28

21일 열린 2007 페미니스트 가을대운동회 ‘여자들이여, 가을을 달려라’에 참여한 ‘날자’팀 회원이 송판격파 시범(왼쪽)을 보이고 있다. 이날 운동회에서는 농구, 축구,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의 경기가 이어졌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자기방어 등 여성주의 운동모임 활발
몸 중시 바람타고 연합운동회도 열려
‘여성은 소극적’ 고정관념에 저항

지난 21일 서울의 한 중학교 운동장. 100여명의 여성이 청팀과 홍팀으로 나뉘어 농구와 축구,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와아!” 하는 함성이 울렸다.

이들은 올 들어 각 여성단체와 여성주의 모임 안팎에서 생겨난 운동모임 회원들이다. 여성주의자기방어훈련 ‘날자!’, ‘짝토 야간 축구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다른 몸 되기’ 팀, ‘한국여성민우회 농구교실 자신만만’. 따로 활동하던 네 모임이 처음으로 연합운동회를 연 게 이날이다.

이 가운데 짝토 축구회는 ‘언니네’라는 여성주의 온라인 공동체 중심으로 모여 올봄에 처음 공을 차기 시작했다. “축구하고 싶은데 함께 할 사람 없어?”라는 한 회원의 발의에 공감한 여성 10여명이 어느 토요일 오후 한 대학 운동장에 모인 게 시작이다. 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이제 110명으로 늘었다. ‘짝토’는 2주, 4주차 토요일 저녁에 모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여성민우회 농구 모임 ‘자신만만’은 올해 여성민우회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시도됐다. 단체 상근자와 일반 회원 등 15명 정도로 출발했으며, 몇달째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날자’와 ‘다른몸되기’는 무예수련을 기본으로 해서 등산, 잠수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은 15명 정도로 올여름 만들어졌다.

여성단체 안팎의 ‘몸 활동 중시’ 움직임은 올 들어 나타난 새로운 모습이다. 김민혜정(성폭력상담소 상근자)씨는 “여성주의 운동모임들이 활발히 시도되고 연합 운동회까지 하게 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은 우선 ‘남성체육 따로, 여성체육 따로’라는 기존 관념이 바뀌는 흐름을 꼽을 수 있다. ‘날으는 먼지’(인터넷 아이디)는 “여성들도 생활체육 차원에서 구마다 축구팀을 꾸리고 있으며 인터넷 축구동호회도 많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운동회에는 4년째 활동 중인 여성 직장인 축구팀 헤이데이도 동참했다.

이와 함께 여성운동가들이 ‘몸활동의 여성학’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한 측면도 있다. ‘날으는 먼지’는 “여성운동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여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긍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여자들이 평소에 갇혀 있는 ‘여성다운 몸’에 대한 자의식을 버리고,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몸’이라는 주제는 여성이 겪는 현실적 문제가 응축되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여성들은 몸을 움직일 때 남성들보다 더 작은 공간을 차지하려는 듯 움츠리고 조심스레 걸어요.” ‘날자’의 한 회원(아이셔)은 “그런 면에서 자기방어훈련은 단순한 호신술이 아니라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는 규범들을 깨는 훈련”이라고 주장했다.“여성들이 길에서 성희롱을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숫제 얼어버렸던 것이 가장 후회된다는 말이 많아요. 여자들의 주먹질은 더 나쁘다는 편견이 여성의 방어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까요?”


성폭력상담소의 김민혜정씨는 “여성은 수동적이고, 남성은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습관화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은 늘 연약한 피해자이길 강요받습니다. 그보다 먼저 사회가 강요하는 ‘소극적 몸’에 대해 저항하는 의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은 적극적인 표현인 셈이죠. 물론 즐겁기도 하고요!”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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