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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9 19:52 수정 : 2007.10.30 10:28

‘성매매와의 전쟁’ 사령탑 장하진 여성가족부장관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성매매와의 전쟁’ 사령탑 장하진 여성가족부장관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성매매 집결지 업소수와 종업원수는 2004년 9월 1679개, 5567명에서 지난 5월 992개, 2523명으로 크게 줄었다. 법 시행 전 성매매가 불법임을 아는 이들은 30.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0% 이상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치로만 보면 성매매특별법의 ‘실적’은 눈부시다.

하지만 우려도 많다. 집결지가 크게 줄었다고 하나 이를 통한 성구매는 전체 성매매의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 법망을 피하려 신종·유사·변종 성매매가 크게 늘었고, 해외에서의 성매매와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증가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성매매와의 전쟁을 총지휘하고 있는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난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장 장관은 “여성가족부 일은 즐겁고 재미있는데 성매매 관련 회의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절망했다” “분통이 터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성매매 근절 정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이 바뀔 때마다 찾아가 강력한 단속을 부탁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단속을 위한 ‘발’도 없고 예산 측면에서 ‘실탄’도 넉넉하지 않은 부처다. 경찰의 강도높은 단속을 높이 평가했지만 장 장관은 “광역기동대나 국세청 38팀같은 특별팀 구성을 제안한 적도 있다”며 “어떤 때는 우리가 단속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풍선효과’는 성매매특별법 반대론자들의 자기 합리화일 뿐”

법 시행 3년동안 성산업 절반 줄어
단속권 없고 교육예산 부족 ‘한계’
“성구매 ‘정황’ 처벌·벌금형 추진중”


- 성매매방지법 도입 뒤 3년이 지났습니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평가를 한다면?

“성매매방지법 시행은 온 사회에 만연한 성산업을 더이상 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정부가 개입한 결과입니다. 지난 3년 간의 법시행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집결지와 종업원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가장 큰 소득은 국민들의 의식 변화입니다. 남성의 97%가 성매매방지법을 알고 75%가 이를 지지한다고 조사됐습니다.”

- 최근 들어 집결지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뜸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찰이 열심히 단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용산, 용주골, 장안동 등에 직접 가봤는데 시시티브이 때문에 불시에 현장에 접근해 적발하기가 어렵습니다. 성행위 입증은 더욱 어렵습니다. 모르는 남녀가 옷을 벗고 있어도 성행위를 안했다고 주장하면 미수범이 되어 처벌받지 않습니다. 제가 지은 용어인데 그런 사람은 정황적 성구매 확실범입니다. 정황으로 보아 성구매로 보이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중입니다.”

- 집결지와 종업원수의 감소율이 관련법 시행 첫해 34%와 52%에서 최근 1년간 9.6%와 5.5%로 급격하게 줄었는데요.

“(안경을 꺼내 쓰고 자료를 확인한 뒤)재개발을 앞둔 지역은 업주가 건물주와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찾아오는 손님이나 종업원이 없어도 불을 켜놓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업소들도 통계 수치로는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됩니다.”

-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데 따르면 성매매 방지를 위한 정부의 중점 대책으로 단속 및 처벌(37.4%)과 함께 캠페인 등을 통한 올바른 성문화 조성(31.9%)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후자를 위한 정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성매매에 대한 포괄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성희롱처럼 특정 집단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교육 의무화가 가능하지만 성매매 교육은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군대나 학교 등에서 성매매 관련 교육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처처럼 텔레비전 광고를 하고 싶은데 예산이 없어서 못하고 있습니다.

- 법시행 뒤 집결지를 이용하는 서민형 성매매와 달리 화이트칼라의 접대형 성매매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고가, 고급화, 음성화됐을 뿐 손쉽게 성매매가 가능하다는데요.

“단속만으로 성매매를 근절할 수는 없습니다. 성매매가 일반화하고, 만연하는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더 많은 부분이 단속 범위 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단속이 불가능한 부분은 극소수라고 생각합니다.”

- 성매매방지법 시행으로 경제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단속을 하면 위축되는 게 당연합니다. 법 시행 뒤 일반유흥주점업의 매출은 12.1%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인 문화활동으로 볼 수 있는 오락, 문화, 스포츠 관련 서비스업의 매출은 9% 가량 늘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성매매로 서비스산업의 성장이 어디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성매매는 도리어 서비스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입니다.”

- 단속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 성매매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 성매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 동포가 외국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우리 단속 범위를 벗어나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관광하러 가서 성구매를 하는 경우인데 이는 국내 여행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통해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성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존스쿨 교육은 효과가 있나요?

“보완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남성들은 존스쿨에 온 것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적발됐다고 생각합니다. 반성과 재범 방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처럼 벌금형 부과가 필요합니다.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끝내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장 장관은 거침없이 답변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대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를 그에 걸맞는 품격 있는 인권국가로 만드는 것입니다. 성산업을 이대로 둔다면 그런 떳떳한 나라가 되지 못합니다. 국민들의 (성에 대한 이중잣대나 성구매를 영업의 수단으로 쓰는 것과 같은) 아노미적인 성의식도 걸러져야 합니다.”

글 권복기 정유경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영상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박수진 피디 jjinpd@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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