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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06 20:58 수정 : 2007.12.06 20:58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사람들은 흔히 가기 싫은 병원 1위로 치과를 꼽곤 하지만, 나에겐 산부인과가 그렇다. 보통 산부인과는 임신한 여성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산부인과는 여성의 자궁 및 흐르몬과 관계된, 여성들이 걸리기 쉬운 다양한 질병들을 다룬다. 25살 이상인 여성은 일 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자궁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고 생리불순이나 질염을 앓고 있는 여성들 역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좋다.

다양한 ‘부인병’(말도 웃긴다 부인병이라니)을 다루는 산부인과임에도 불구하고 실상 산부인과는 젊은 여성들에게 극도로 공포스러운 곳이다. 나는 수년 전 고등학생 때 스트레스로 몇 달 째 생리불순을 앓아 병원을 찾았다. 부모님이 모두 일하시는고로 혼자 씩씩하게 찾아가 병원 문을 열자마자 웬걸 그곳에 있는 모든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싸늘하게 눈을 흘기는 건 기본이고 어떤 사람은 아주 들으라는 듯이 “세상 말세야, 어린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접수하던 간호사가 나를 보고 “성관계 경험 있어요?”라며 모든 사람이 듣는 곳에서 묻는 것이 아닌가. 아예 수치심을 주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지금에서야 그런 대접을 당하면 항의하겠지만 고등학생인 나는 너무 겁에 질려 있었고 ‘원래 산부인과는 이런 곳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며 “아니오”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정말 성경험이 있었더라도 부끄럽고 무서워서 ‘아니오’라고 말했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산부인과에서 성관계 여부를 물어보는 이유 중 하나는 ‘처녀’인 경우 자궁의 상태를 질을 통해 검사하지 않고 항문을 통해 검사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럴 경우 자궁에 안 보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나이가 35살이 넘었고 본인이 요청했는데도 처녀라는 이유로 산부인과에서 질을 통해 검사 하는 것을 끝까지 거부했다고 한다. 처녀막이 건강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제대로 설명을 제공하는 산부인과도 많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보다도 여성들과 친해야 할 산부인과의 문턱은 너무 높고 사람들의 편견은 공고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산부인과를 자주 방문할 것과, 산부인과만은 여자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까다롭게 고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불쾌하게 구는 산부인과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다른 여성들이 안심하고 피할 수 있도록 입소문을 내자.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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