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집 ‘다시 마을이다’ 펴낸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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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집 ‘다시 마을이다’ 펴낸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한국과 같은 고위험 사회에서 다음 세대들은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집에 눌러앉거나, 결혼을 회피합니다. 가정을 꾸리더라도 불안한 경제상황에 아이를 낳을 여력이 없습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다음 세대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칼럼집 〈다시 마을이다〉를 출간한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는 오늘날 ‘연장된 청소년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맞은 위기가 곧 “한국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세대”들이 근대적 핵가정마저도 꾸리기 버거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경쟁에서 이기는 법만을 배운 젊은이들일수록, 남녀를 불문하고 돌봄과 소통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최근 시민사회는 혈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대안가족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0~20대들이 그룹홈 형태로 같이 살면서 밥도 돌아가면서 하고 가족처럼 사는 모습이 얼마 전 한 심포지엄에서 ‘열린 가족’의 사례로 보고됐습니다. 개인화된 사람들이 다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려 하는 겁니다.” 조한 교수는 “이제 돌봄 사회를 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대의 토건국가적 개발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거대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집을 짓는 겁니다.” 그는 “핵가족용 아파트만 지어온” 한국 근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돌봄 마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제는 개인 모성이 아닌 ‘사회적 모성’이 중요한 사회라고들 합니다. 아이를 엄마 한 사람이 길러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존경할 수 있는 노인이 있고, 자기 아이와 남의 아이를 같이 돌볼 수 있는 이웃이 있고, 안심하고 아이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단골 가게가 있는 그런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이 자라야 합니다.” 그는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보육시설 보조금 지원, 저소득층을 위한 바우처 제도 등을 통해 시도하는 ‘돌봄 노동의 사회화’가 ‘상업화’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사회문제를 공동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있는 대학원생들이 학교 주변에 많이 모여 있다면, 정부에서 공간을 마련해 주거나 그럴 자격을 주면 공동육아는 얼마든지 가능해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정유경 기자,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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