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3 20:04
수정 : 2007.12.13 20:04
서울시, 중장비 동원 외벽 헐어…노점상 항의로 공사 중단
인근 노점상의 생존권과 문화적 가치 등을 이유로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 동대문야구장을 서울시가 13일부터 철거하기 시작해 관련 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굴삭기 3대를 동원해 동대문야구장 동직문 쪽 관중석 외벽 일부를 헐어냈다. 문승국 서울시 도심활성화추진단장은 “중장비가 드나드는 데 필요한 진입로 확보 공사”라고 말했다. 시는 진입로를 확보한 뒤 운동장의 인조 잔디와 관중석 의자, 내부 석면 등을 뜯어낼 계획이어서 사실상 철거 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이날 공사 도중 인근 노점상 200여명이 찾아와 항의하는 바람에 오후 늦게까지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노점상 대표 이병수씨는 “생존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사를 물리적으로 저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철거 대신 재활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단체들도 철거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체육시민연대는 성명을 내어 “82년 동안 근대 체육시설로 수많은 야구경기가 열린 동대문야구장이 허물어지기 시작해 개탄스럽다”며 “서울시가 철거를 계속하면,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날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동대문운동장을 중요문화재로 가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천 의원은 “아무리 옳은 행정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이해 당사자와의 합의를 우선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문화재청을 비판했다.
시는 애초 지난달 철거 작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대체 야구장 건설이 늦어지면서 내년 초로 철거 시점을 미룰 뜻을 비쳐왔다. 시는 이 자리에 공원 형태의 디자인플라자를 조성할 방침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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