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정규직 차별 등 사회인식이 제도 못따라”

UN 차별철폐 이행 보고 마친 신혜수 위원

UN 차별철폐 이행 보고 마친 신혜수 위원

여성차별은 지구적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연합(유엔)에서는 일찌감치 1979년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제정하고, 매 4년마다 각국의 이행 보고서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심의토록 하고 있다. 각국 전문가 23명으로 이뤄진 위원회에 우리나라에서는 신혜수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선 여성차별위원회의 존재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있다는 사실조차 너무 알려지지 못했어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위원이라고 하면 지방의회 도의원이냐고 되물으시곤 합니다.”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신혜수 위원은 “제도는 오히려 잘 갖춰진 상태인데 사회적 인식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제도면에선 오히려 다른 나라에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제도만큼 사람들의 의식이 따라줘야 하는게 문제예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권고했듯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나 육아는 여성이 해야하고, 남성은 생계를 맡아야하고 씩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지 않으면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이중노동 부담에 시달릴 뿐입니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 관련 보고회를 열어 국내 각 부처에서 여성차별 해결을 위해 추진하려는 이행사안들이 취합, 정리됐다. 이번 보고회는 신위원이 적극 요청한 것으로 신위원도 참여해 현황을 파악했다. 보고회에서 법무부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최소혼인연령을 남녀 모두 18살로 같게 조정했다고 밝혔고, 보건복지부는 국제결혼중개업을 등록제로 운영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이행 방안으로 제출했다. 신위원은 “여성차별문제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각 부처들이 모여 논의한 것 만으로도 큰 성과였다”고 평했다.

신위원은 여성차별 문제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으로 여성 노동 문제를 꼽았다. “구조적인 문제인 여성 비정규직 문제나 남녀 임금격차 같은 것은 단숨에 고쳐내기 어려워 늘 안타깝습니다. 결국 사회전반의 의식을 고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남녀 임금격차와 여성 비정규직 증가는 한국이 지난 7월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유엔 여성차별위원회가 우려를 표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이행사안을 인식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이 문제가 되어 베트남 정부에서 국제결혼중개업을 금지하는 와중에도 국내 지자체들이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에 예산을 책정해 문제가 됐던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정유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