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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0 20:59 수정 : 2007.12.20 20:59

15일 열린 ‘비혼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토론회에는 민주노동당 최현숙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언니네 회원 15명이 참석했다.

저출산시대 심적 압박 커지고
주거·입양 등 제도적 소외
언니네 “시민권으로서 요구”

‘비혼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낯선 화두가 여성계에 새롭게 쏘아올려졌다. 여성단체 언니네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 아이샵 센터에서 연 비혼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다. ‘비혼’이란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 이혼·사별한 여성,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 등을 포괄하는 낱말이다.

언니네는 올해 봄 ‘제1회 비혼축제’를 열고 “결혼하지 않을 권리”도 있음을 세상에 널리 알리며 본격적인 비혼여성운동을 시작한 여성단체다. 단순한 문화운동에 그치지 않고, ‘정치세력화’를 화두로 내건 것은 무엇보다 저출산 시대에 비혼여성이 받는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 시즌에서 결혼으로 맺어지는 ‘정상가족’ 중심의 지원책이 늘어나는 것도 비혼여성들의 ‘위기감’을 부추겼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출산은 여성의 국가적 의무이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이기적인 짓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독신자가정추가공제제도가 출산장려책과 맞물려 올해 폐지되는 등 제도적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토론회를 준비한 유여원 사무국장의 말이다. 언니네는 대선 전 각 후보 진영에 비혼여성이 받는 차별 개선책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며, 앞으로 총선 과정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언니네는 2005년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될 때 반대성명을 냈던 단체기도 하다. 여성을 가족, 특히 ‘정상가족’의 일원으로 파악할 경우 ‘비혼여성의 권리’가 가려지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비혼여성은 주택 전세자금 대출 자격이 없다. 청약에서도 후순위로 밀린다. 주택마련적금을 붓더라도 세금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아이를 갖고 싶더라도 비혼여성이 입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정자기증을 받으려면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각 대선후보의 질의서 답변 공개와 함께 언니네 액션나우팀의 이진주씨가 비혼여성의 가족구성권을, 김향수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부장이 정치에서 비혼·여성이 받는 편견과 차별을 발제했으며, 비혼여성 의료생협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비혼여성은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조사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25~34살 여성 가운데 50.5%가 미혼이었다. 10년 전 26.6%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밖에 이혼·사별 여성도 별도로 존재한다. 앞으로도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응답이 54.2%였으며 이 중 여성이 69.9%였다.

“우리는 결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혼을 선택해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겁니다. 사회적 기준으로 비혼일 수 밖에 없는 레즈비언은 또 어떻구요.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 결혼 제도에서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들이 뭔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비혼 운동은 궁극적으로 ‘시민권 운동’이라고 유 사무국장은 말한다.

‘비혼 여성’으로 살기 고단한 현실, 그래도 이들은 꿈을 꾼다. 바로 ‘비혼 여성 마을’이다. “전화하면 달려올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친구들과 모여 사는 일이다. 생협을 통해서 아이나 반려동물을 맡아줄 수도 있고, 행정기관에 비혼여성 요구안을 공동으로 제출해 제도 개선을 모색할 수도 있다.


언니네에선 이미 비혼 여성들이 꾸리는 ‘비혼으로 함께 잘 살기’ 소모임이 온·오프라인으로 활성화되어 있어 이런 공동체의 꿈을 다지고 있다. 비혼 여성주의자들의 라디오 방송 ‘야성의 꽃다방’(FM 100.7㎒, 서울 마포지역 공동체라디오)도 있다. 올해 초에는 귀농을 원하는 여성들이 농촌에 ‘비혼 여성 공동체’를 만드려는 모임을 꾸리면서 꿈의 현실화에 한 발 다가섰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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