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7 21:33
수정 : 2007.12.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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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6일 서울워커힐 호텔에서는 ‘지식기반사회와 여성’을 주제로 2007 세계여성발명포럼이 열렸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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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국 300명 내년 첫 모임
한국 여성발명 활기 띤 결과
특허출원 지난해 21% 늘어
세계의 주요 여성 발명가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그것도 한국에서다. 우리 여성들의 발명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결과다.
한국여성발명협회(회장 한미영)는 ‘2008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를 내년 5월8~10일에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전세계 30여개국에서 3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각국 여성발명인들의 교류와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지식재산권기구와 세계발명가협회연맹이 세계여성발명대회의 첫 개최지로 한국을 점찍은 것은, 여성발명이 활발해진 최근 우리나라의 변화를 반영한다. 지난 10월 열린 세계여성발명포럼에서 그리크발 싱 자이야 국제지식재산권기구 중소기업국장은 한국을 “여성발명가들이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나라”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특허청에 여성이 출원한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은 총 1만9591건으로, 2005년에 비해 1년새 21.4%나 증가했다. 전체 특허 출원건수 중 여성의 출원비율은 2001년 4.9%에서 2006년 6.3%로 늘었다. 출원된 발명 아이디어 중 심사를 거쳐 지식재산권을 획득한 건수 또한 2001년 4576건에서 2006년 9958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한국여성발명협회와 같은 기관이 전국 21개 지역대표 아래 4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발명포럼 및 전시회를 주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와 같이 여성들의 발명이 최근 활발해진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성공한 여성발명가들의 사례가 주부들에게 영감을 줬다. 스팀청소기를 발명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떠오른 한경희 사장 같은 여성들이 꼽힌다. 지난해 열린 여성발명박람회에는 이러한 여성들의 높은 관심을 타고 5만여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참석했다.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적 불안정성이 자극한 측면도 엿보인다. 외환위기로 남편의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쌀에 관심을 돌려 즉석포장쌀 사업을 일으킨 윤명희 한국 라이스텍 대표, 마찬가지로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난 후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다급함에 음식물쓰레기 건조기를 구상해 낸 이희자 루펜 대표 등이 그 예다.
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은 “여성들은 원래 생활 전반에 걸친 아이디어 개발에 능하다”며 “사업하는 남성들이나 이공계 박사들만 발명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이라고 말한다. 최근 발명활동 활성화 추세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의 또다른 측면이라는 것이다. “생활에서 느낀 불편한 점을 개선한다면 그게 바로 생활발명이에요. 이게 발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주부들에게 알려 주고 복잡한 출원과정을 쉽게 거치도록 도와준다면 여성의 발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한국여성발명협회는 2005년부터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줄이는 데 주력해 왔다. 전국을 순회하며 지식재산권 강의를 무료로 펼쳤으며, 회원들에게는 변리사 의뢰비용을 40% 할인해 주었다. 올해부터는 여대생 발명캠프, 여성발명지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허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 여성발명지원을 2007년의 화두로 잡고 국제발명박람회 참가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주효했다. 특허청 산업재산진흥팀의 박성용 사무관은 “여성발명을 활성화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여성의 사회진출 또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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