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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7:51 수정 : 2005.01.12 17:51

아들!

드디어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끝났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눈물바람하게 만들었니? 아우, 정말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아무리 나 오들희가 출연한 드라마였지만 왜 그렇게 사람들이 아들 얘기에 빠져 있는 거니?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건 은채와 아들인 너, 무혁과의 비극적인 사랑 때문이잖아. 근데 그 비극의 씨앗이 뭐였겠어? 결국은 부모한테서 버림받은 너의 복수심이었잖아. 은채는 내 아들이 겪은 외로움을 책임지겠다고 따라 죽은 거 아니니. 사람들은 그런 내 아들의 외로움, 고통, 분노에 공감하고, 같이 울고 한 거야. 그래, 내 아들 무혁이의 외로움은 그렇다고 치자구. 부모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고, 양부모한테서, 지 애인한테서 계속 버림받았으니까. 사랑받아야 할 사람들한테서 계속 버림받았으니까.

사실 전에도 출생의 비극을 간직한 주인공들은 너무 많았어. 그 유명했던 드라마들 보라구. <파리의 연인>, <왕꽃선녀님>, <오!필승 봉순영>, <유리화>, 그 씩씩한 대장금도 일찍 고아가 됐고, 요즘 막 시작한 <봄날>까지 부모와 헤어지고 상처받은 주인공이 나오는 거야.

물론 ‘출생의 비밀이 있어야 시청률을 끝까지 붙잡아둘 수 있다’는 전략이 있다고 하더라구. 하지만 말이야, 출생의 비극을 안고 태어난 주인공의 외로움에 공명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담긴 고아적 심성은 도대체 뭐니? 부모와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갈등이 많다는 거야. 부모의 몰이해, 통제, 억압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도 불행하다는 거야.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심리적으로 부모에게 버림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거야. 거기서 느끼는 절대적인 고독감을 성인이 되면 사랑에서 찾으려고 애쓰는 거지. 부모 자식 간에 극복하지 못한 외로움이 사랑한다고 없어질 거 같애? 아우, 아니야. 절대 아니라구. 어쩌면 은채의 지극한 사랑은 내 아들 같은 남자들의 환상일지도 몰라.

아들, 나는 너무 걱정돼. 앞으로도 더 많은 부모들이 이혼할 거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당분간 계속될 거고, 젊은이들은 부모가 된다는 게 뭔지 배운 적도 없이 계속 무모하게 사랑하고, 부모가 될 거거든.

그러니 아들! 니가 그렇게 말없이 죽으면 안 되는 거였어. 니가 내 앞으로 걸어와 용감하게 말을 걸었어야지. 분노했다, 그러나 이젠 풀 때가 되었노라고 말이야. 그래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할 기회를 주지 그랬니? 미안하다…사랑한다, 라고 말이야.

-엄마 오들희가 사랑하는 무혁에게


글· 박미라/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위원 gamoo21@hanmail.net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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