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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6 21:50 수정 : 2005.07.13 02:46

연합

“여성이여, 국제적 리더십을 기르자”

미국 노동부 여성국 전신애 차관보(62)가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전 차관보는 현재 부시 행정부에 속한 한국인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다. 1991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일리노이 주정부 노동부 장관을 지낸 뒤 <뚝심 좋은 마산색시 미국 장관 10년 해보니> 등의 책을 펴내면서 국내에도 유명해졌다.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행사 개회식 기조발제에서 전 차관보는 한국의 여성지도자들에게 “미래 사회는 여성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여성은 국경 없는 미래 사회를 대비해 국제적인 리더십을 기르라”고 당부했다.

“부시 행정부에는 노동부 장관, 국무장관, 교육부장관, 내무부장관이 여성입니다. 핵심 직책에 여성 4명이 포함된 셈이지요. 막강한 기관에 여성 지도자들이 점점 많이 배치되고 있습니다. 여성이 행복해져야 사회가 행복해집니다.”

전 차관보는 자수성가한 이민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동성동본인 남편과 결혼하려고 아버지 몰래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에서는 남편의 적극적인 독려와 경제적 지지를 받으며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교육·사회정책 석사학위를 따고 관료 사회에 진출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된 경험을 얘기하면서 “(편법을 써서) 뒷문으로 들어가기 싫었기 때문에 한국 호적상으로 나는 아직 처녀”라며 “이제 동성동본 금혼 폐지의 덕을 입게 된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한국에서 여성지도자들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국 방문의 이유를 전했다. 자신의 결혼 경험을 빗대 남편과 아내의 동료애도 강조했다.

“우리 부부더러 이상적인 부부라고들 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웃음) 우리는 상대방에게 별로 기대가 없어 편안하고 좋은 관계예요. 처음엔 남편이 제 생일날 꽃 한 송이 사주지 않아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만족감이 생겨서 남편의 꽃을 바라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의 일이 즐겁고 만족을 느끼면 꽃이 꼭 중요한 게 아니죠.”

전 차관보는 우수한 리더가 되기 위한 10가지 전략으로 자기중심의 가치관, 지속적인 교육, 의사소통 등을 들었다. 그 가운데도 특히 자신감을 강조했다.

“며느리가 제게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데,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상체를 숙이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엎드린 것 자체가 나와 남이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죠. 친절하고 남을 배려하되 자신의 중심을 갖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하세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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