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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6 18:40 수정 : 2005.08.16 18:50

정부의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 계획이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원들이 서울 시청앞에서 벌인 국공립보육시설의 확충을 요구하는 집회장면.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민간시설 넘쳐나는데도 10%까지 확충 무리한 계획
건설·운영비 국고부담 적어 지자체 건립에 소극적 태도
올해 목펴치 달성 25% 불과

참여정부 보육정책의 대표 사업인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여성가족부는 16개 시·도에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물량 400곳을 배정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4분의 1을 겨우 넘어선 114곳에 불과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이례적으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지난해말 여성부 보육통계에 따르면 국공립 보육시설은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57%로 민간 시설보다 높은 편이다. 서비스 수준은 높고, 보육료는 낮으면서 정부의 관리감독도 비교적 꼼꼼한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민간보육시설의 급증에 따라 국공립 보육시설의 비중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 국공립보육시설은 7월말 전국 1749곳으로 시설 전체의 5%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여성가족부는 매년 400여개씩 국공립보육시설을 지어 2008년까지 시설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 시설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인 태도다. 현재 국공립보육시설 건축비는 여성가족부가 40%, 지방자치단체가 60%씩 부담하게 돼있어 지자체의 부담이 무겁다. 더욱이 건축비 외에 토지매입비, 보육물품 설치비용, 교사인건비 등 운영비는 지자체가 떠안아 80인을 기준으로 하면 시설 1개당 연 1억원 이상의 장기적 지원이 필요해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연도별 국공립시설 비율

 ○지역별로 다른 보육여건= 지역별로 여건이 다른 것도 문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도시는 보육수요가 높지만 부지 확보가 곤란하고, 농어촌 지역은 보육아동이 없어서 어렵다”고 한다. 광주시 보육아동과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13만명에 이르던 광주 지역의 보육 대상 아동이 현재 10만 정도로 줄어 870여개의 민간보육시설이 덤핑 경쟁을 벌일 정도”라며 민간 보육시설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보육시설 이용 아동 수가 21만5524명으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경기도는 올해 모두 192억여원을 투입해 58곳의 신설 국공립 보육시설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곳 역시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 신축 예정 30여곳은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민정부 보육정책의 실패= 현재 민간보육시설 이용자수는 전체 정원의 82%에 불과하다. 여성가족부는 국공립보육시설을 늘리고 보육시설 인증제를 전면 도입하면 보육시설간 경쟁이 붙는 대신 부적격 시설이 자연 퇴출되고 보육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민간 보육시설이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더 지어야 하는 보육현실의 부조화는 김영삼 정부 시절 정책의 실패가 큰 요인이었다. 지방의 한 지자체 보육 담당자는 “김영삼 정부 때 여성인력의 사회진출과 저연령 아동의 교육수요 증가로 보육시설을 늘리려고 정부가 무리하게 민간 보육시설에 저이자의 융자금을 빌려주면서 시설을 확충한 것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4년에서 97년까지 김영삼 정부는 민간보육시설에 국민연금 6788억원을 대여해 3년만에 융자로 설립된 어린이집이 3497개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책 목표인 3000여개를 훨씬 넘어서는 숫자였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뒷감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아이디어 속출, 묘안은 어디있나= 여성가족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국공립보육시설의 신축부지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재 500세대 이상 임대주택 건축시 보육시설 설치 의무조항을 300세대 이상 임대주택에 적용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그외 도시공원 안에 보육시설을 지을 수 있는 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지만 건설교통부의 반대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도시공원 안에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허가가 난다면 전체 도시공원 1만여곳 가운데 3000여개가 신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밖에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공립보육시설 신축과 매입에 소요되는 재원에 국민연금을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의견은 지난 김영삼 정부의 과오를 거듭할 우려가 있어 반대가 만만찮다. 또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뒤 국가나 지자체로 소유권을 이전해 임대하는 비티엘(빌드 트랜스퍼 리스) 방식이나 기존 공공건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부지확보나 국고부담금의 확대 등의 문제를 여성가족부가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참여정부의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계획은 벽에 부딪힐 전망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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